오대산 상원사동종(국보36호)은 신라 성덕왕 24년(725)에 만들어졌다. 경주 에밀레종(국보 제29호)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완형의 통일신라시대 범종 3구 중 하나이다.
한 때 상원사에서 나의 소임은 종두였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예불시간마다 이 동종을 때렸는데 그 때는 모형종이 없던 시절로 실제 의식용으로 국보를 사용했던 것이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종을 울릴 때마다 잡울림 없는 그 청명한소리는 심장을 때리고 산천을 감아 돌아 계곡어딘가에 잦아들었다.
역시 소리가 달랐다.
이게 어떠한 소린가.
신라인들이 듣고 고려인들이 듣고 조선 사람들이 들었던 소리 아닌가.
신라승 혜철과 도선이 들었고, 고려승 일연과 지눌이 들었고 조선의 서산과 사명이 들었을 것이다.
그 법구를 직접 때리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하면 천년을 훨 뛰어넘는 대단한 축복이었다.
다시는 함부로 때릴 수 없게 보호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법수선원도 새벽4시면 28방의 범종을 울린다.
그런데 그 종소리 또한 앞으로는 들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주거단지에서 새벽잠을 깨운다는 불평민원들이 접수되고 있어서다.
그렇잖아도 아파트주민들입주 후부터는 작게 살살 때리고 있는데 그것도 얼마나 갈지 모를 일이다.
아쉬운 것은 예불의식의 차질보다 우리의 소리들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삭막한 현실에 있다.
단지 내에서 집단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낮으로 타종시간을 옮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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