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대나무가 열매 맺으면 죽을 때가 됐음이다.
소나무도 노송일수록 무수한 솔방울을 맺는다.
늙고 병들수록 종족번식에 마지막피치를 올리는 것이다.
서리 내리면 잎, 줄기, 열매 모두가 녹아내리는 호박도 마찬가지다.
찬바람이 불면 급하게 꽃과 열매를 맺어댄다.
따먹기가 바쁠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호박은 가을호박이다.
마침 따다놓은 애호박을 두 개 쓸어 볶았다.
들기름을 두르고 양념두가지로 간을 하고 깨소금으로 마무리하니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어느 스님은 장미꽃보다 호박꽃이 좋단다.
장미는 가시를 주지만 호박은 열매를 주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사람들은 먹고만 살 수는 없기 때문인가 가시에 찔리면서도 장미를 탐한다.
어쨌든 오늘아침 단일반찬 호박볶음으로 종일 기분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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