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능엄 깐깐기신.
학인 입장에서 능엄경은 차돌처럼 어렵고 깐깐하기 기신론보다 더 한게 없다는 말이다.
오늘 능혜스님 기일이다.
차돌같던 스님을 추모하려 그 문도들이 동해로 모여든다.
삼화사 주지채에 걸려있는 위 서체는 무이에 대한 경허스님의 글로서 능혜스님을 위한 수덕사방장 원담스님의 필체다. 고준한 내용에 어울리는 천하의 명필이다.
글에 관련된 분들은 모두 입멸하였지만 그 서체는 남아 이 아침 서슬이 퍼렇다.
깐깐하다.
<글 전문>
無二堂
或差別商量未盡 或差別商量己盡 未是無二 何也 四五百條花柳巷 二三千處管絃樓 且道 是無二耶 是二耶會 得甚痴頑 不會却相許 縱然到得恁麽田地 更須參三生六十劫始得
혹 차별의 헤아림이 다하지 못하였거나, 차별의 헤아림이 다 하였어도 이것이 둘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째서 그런 한가.
사오백 군데 화류의 둔덕이 이삼천 처 풍악이 잡히는 누각이로다.
또 일러봐라. 이것이 둘 없는 소식인가. 안다면 어리석고도 완악하며 몰라야 문득 서로 허락하리라. 비록 그러나 이러한 경지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다시 모름지기 삼생(三生) 육십겁(六十劫)을 참구해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