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무탈

동지


-염경희-

뭉근한 불에 푹 삶은 팥
뭉개고 으깨고 치댄 뒤
움푹한 소쿠리 체에 걸러
불린 쌀 넣고 팔팔 끓는 팥물에
찹쌀 새알심 동동 띄워
휘우듬히 저은 국자로 떠내어
간 맞추고

나잇값 제대로 못할까
속 끓이는 가운데
붉혀도 진땀 나게 붉히면서도
앙금 없이
서로 엉기는 마음

사방 구석 액막이로 뿌려놓고
누구누구 할 것 없이
그저 무사무탈하길 비는
긴긴밤 지나
길어지는 해 쪽으로 돌아서는
밝음의 분기점
새날의 기분 전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