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중인 애인을 찾아온 시골아가씨가 위병소에서 내미는 면회접수증의 ‘관계’라는 항목에서 고민에 빠졌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소나무 밑에서 두 번’이라고 수줍게 써 내밀었다.
그것을 본 위병이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쓰세요.’라며 나무랐다.
그러자 아가씨는 체념한 듯 당당하게 ‘보리밭에서 일곱 번 더’라고 고쳐 써서 내밀었단다.
요즘 관심병사라는 군대용어가 뉴스를 도배하고 있어 떠올려본 군대유머다.
관심병사라면 예전에 흔히 고문관이라 불리던 군내 부적응 자를 말하는 모양이다.
어느 조직이나 부적응 자는 있게 마련이다.
부처님은 승가의 일원 중 악성비구가 있으면 ‘묵빈대처黙賓對處’하라고 하셨다.
묵묵히 손님 대하듯 하라는 말씀이다.
군내 부적응 자를 악성비구와 비교하기는 조금 부적절하지만 어쨌든
같은 부대원으로서, 한 시대를 사는 청년으로서 조금만 애정을 가지고 대했더라면 임병장이나 윤일병 같은 케이스를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절에도 관심보살 관심법우가 없을 수 없다.
그럴 때마다 묵묵히 손님대한 듯 하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옛 선사들은 빈방에 홀로 앉아있을 때도 손님과 마주한 듯 하라 하셨다.
‘묵빈대처’는 조직의 상하관계에서 기본예절을 갖추라함이요, 평등관계에선 더욱 그것을 강조함이다.
처처로 때때로 현명한 침묵은 우레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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