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독립

삼보에 귀의하옵고!

선방을 다시꾸미다.

조선 영조 임금이 어느 날 신하들과 궁궐의 뜰을 거닐고 있을 때 서기(瑞氣)가 하늘에서 땅까지 닿아 있는 것을 보고 신하를 보고 그 원인을 알아보라고 하여서니 그때 신하가 들어오면서 아뢰었다. 전하, 왠 노인이 물지게를 배고 누워 있기에 데려 왔습니다.
“그대는 누구인가?” 영조의 물음에 노인이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소승은 ‘낭파’라고 하는 승려인데 태종 임금 때부터 동성 출입을 금지시켜서 이렇게 변복을 하고 다니는 중입니다.”
“그런데 왠 물지게요?” 임금이 다시 묻자, “출가한 사문에게는 차별의식이 없어야 하는데 도성을 출입할 수가 없어서 물지게를 지어 성안의 백성에게 나누어주고 그 자리에서 부처님의 법을 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영조가 다시 물었다. “그 부처님 법이란 무엇을 말하는 거요?”

“임금의 어진 정치가 있어야 백성이 행복하게 살 것이며, 백성이 나라님에게 충성하여야 나라님이 백성을 잘 돌봐준다는 '연기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영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좋은 법문을 들었으니 감사의 표시로 선물을 드리고자 하니 소원이 있으면 말을 해 보시오.”
“저는 소원이 없고, 저희 승려들이 출가한 목적은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구제하는데 있사온데 매일같이 성 쌓기나 하고 부역에 시달리다 보니 중생을 구제하기는커녕 자신마저도 제도할 시간이 없으니 대왕께서는 비기 내린 날 만이라도 불자들이 깨닫고자 하는 공도리(公道理)를 다스리는 날로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신 비 오는 날에는 수행승은 마음공부에만 용맹정진하며 일체 먹지도 않고 정진만 하겠으니 허락하여 주소서.”
이 말을 들은 영조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라면 아주 쉬운 일이니 지금 당장이라도 시행하도록 하겠소.”
그러한 약속에 따라 전국의 노역장에서 고생하던 스님들이 비오는 날이면 쉬게 되었는데, 그 뒤부터 비 오는 날은 ‘공치(空治)는 날’ 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오늘날에 와서 ‘공치는 날’은 ‘손해 보는 날’ 또는 ‘아무 소득이 없는 날’ 로 와전되기도 하였지만 본래 의미는 자성을 찾기 위해 마음 공부하는 날이다.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인도에도 비가 오는 우기에는 땅 속에서 기어 나오는 작은 동물들을 밟지 않으려 수행하신 스님들께서도 밖의 출입을 일체 하지 않으시고 오직 부처님 말씀을 되새기며 명상 수행에만 일념을 다하므로 그것을 안거(安居)라고 한다. 원래 안거(安居)는 범어 바르사의 번역으로 '비' '우기(雨期)' 등의 뜻을 가진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안거가 있다.
하안거(夏安居)는 매년 음력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90일간 시작하여 해제하며,
동안거(冬安居)는 매년 음력 10월 보름부터 시작되어 새해 1월 보름까지 90일간 정진한 후 동안거 해제를 회향하고 있다.

이번에 법수선원에서도 스님께서 곧 동안거를 맞아하여 새로이 선방을 꾸려 놓았다고 하셨습니다.
 
참 뜻이 있는 법우님들께서 동참하시면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에 새로히 꾸며지는 선방 울력에 동참한 법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014년 11월 29일 0시 40분
경남 의령 만산서원에서
만산  김  상  규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