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축 법어-
智慧의 燈
둔봉
철사에 각을 주어 만든 틀에다 종이를 발라 초벌 등을 만들고
색종이를 붙인 맥주병에 낚시 줄을 감고 눌러 종이연잎을 만든다.
그리고 겹겹의 그 종이연잎을 떼어내는 것이 일이고 기술이었다.
그렇게 떼어낸 잎을 지그재그로 붙여 만든 완성된 등이
방 윗목을 수북이 차지하고 있다가
초파일날 아침 일찍 마당에 매달리러 줄줄이 손에 잡혀 나간다.
지금같이 다양한소재의 등이 나오기 전 시절의 봉축일 모습이다.
그때는 봉숭아물을 들인 듯 손끝을 붉게 하고 돌아다니면
누가 봐도 절에서 등 만드는 사람인줄 알았다.
지금은 중국에서 찍어 나오는 등을 매달으니 편리하기는 하나
그 시절 동그라니 모여앉아 오순도순 작업하던 맛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아사세’왕은 대궐에서 부처님이 계신 기원정사까지 수 만 개의 등불을 공양 했다.
그러나 꺼지지 않고 새벽까지 타고 있던 것은 노파가 공양한 등이었다.
거리에서 구걸한 돈으로 올린 등불 한 개가 끝까지 환하게
길을 밝히고 있었던 것이다.
만 개의 등불보다 훨씬 값졌다는 소위 ‘빈자의 등’이다.
현재 전 국민의 가계부채가 1,200조원이란다.
이자내고 원금 갚느라 법당에 등을 밝힐 여력들이 없다.
빚더미 속에서 어찌 마음 내기가 쉽겠는가,,,
가히 현대판 빈자라 아니 할 수 없다.
구걸한 돈으로 등을 켠 노파도 빚은 없지 않았을까?
그 시절 노파보다도 못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국가부채는 가계부채, 기업부채, 정부부채로 크게 나뉜다.
봉축 일을 앞두고 초심의 붉은 손에다 노파의 마음을 담아
채무탕감 등을 올린다.
나무 가계부채 탕감 등.
나무 기업부채 탕감 등.
나무 정부부채 탕감 등.
빚을 태워 빛을 나툰다.
빈자의 등,
지혜의 등,
연등~ 연등~ 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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