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堂靜夜坐無言
寂寂寥寥本自然
何事西風動林野
一聲寒雁여長天[여=口+淚(水脫)]
깊은 밤 산사에 말 없이 앉았으니
적적하고 고요하여 본래 그대로인데
서풍은 왠일로 잠든 숲을 깨우고
찬 기러기 울음은 장천을 가르는구나
충무공의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 남의 애를 끓나니(기억이 정확한지 자신이 안됨)
도인과 무인의 대비되는 시상으로 들어가 보자. 세계 대상은 조용히 본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천지미분전의 고요이리라. 고요를 깬 것은 한 점의 서풍이고 외로운 기러기 울음이다. 울음인지 노래인지 모르겠지만 한 마리 새는 파격으로 다가온다. 불도를 닦는 수행자에게 서풍은 불지일 터이고 나라를 지키는 무인의 마음에는 자나깨나 나라 걱정일 게다. 어수선한 시국은 장부를 깊은 시름에 빠지게 했을 것이다. 한치의 틈도 없이 경계에 몰두하는 병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어디서 들려오는 피리소리. 하늘을 가르는 정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잠못이루고 적적함을 파하는 피리소리가 아니었을까. 서풍이 숲을 깨우고 외로운 겨울 기러기는 맑디맑은 긴 하늘을 일그러뜨리고 있다. 장부의 마음과 장군의 마음은 일그러졌을까, 애간장이 끊어졌을까.
장천에 울려퍼진 일성을 잡고 있는 이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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