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늘

-오  늘-

  오늘은 예약된 안과, 검진 가는 날.
동네에 백화점이 또 생겨서 살기는 점점 편리해지고. 백화점 통로는 한발이라도 지름길이라 쇼핑이 아니라도 통과해서 지하철역에 도달 하게 된다.

  백화점 문을 통과 하려는데 앞서 가시는 분이 문을 잡고 머무신다.
일상 중에 자주 겪는 일, 문을 통과할 때 앞 선 사람이 뒤에 사람 생각이 없으면 문은 반사적으로 세차게 움직이게 마련, 뒤따르는 사람이 있으면 1-2초만 잡아주어도 문의 반동을 막을 수 있다. 잠시 잡아주는 센스는 작은 행동 같지만 큰 고마움을 느끼는 부분이다.

  오늘은 출발하면서부터 아름다운 마음이 포착되어 기쁘다. 앞선 그분을 고개 들고 다시 쳐다보게 된다. 머리가 하얀  어른이시다. 손에는 백화점 쇼핑백이 들려있고... 뒷모습만 보아도 참으로 멋있게 사시는 분으로 생각된다.

  플렛 폼에 꼬리를 문 전동차가 들어 왔다 그리 많이 붐비지는 않지만 자리는 없다. 빈자리를 찾다가 그만 시선이... 필이 꽂히고 만다. 아슬아슬 미끈한 다리꼭대기에 겨우 겨우 가리고 있는 부분, 조마조마하여 서너 걸음 명  탐정의 자세로 끌려간다.
 어지간만해도 미끈함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신랑님(?)에겐 구박하지도 않는다 하였는데..... 요즘 따라 심해도 너무 심하다. 아찔하여 “보이느냐” 온통 이 생각 뿐 이게 한다. 한분이 고개를 돌려 그 짧음을 응시하다가 나의 눈길에 들키고 말았다. (몸 전체를 돌려야 표가 안 나는데...) 서툼의 몸짓으로 보아 영락없는 아나로그 세대다. 변화의 속도에 적응이 안 되는 세대와 스마트폰에만 꽂힌, 눈길하나 돌리지 않는 디지털세대와 함께 자리한 곳이 지하철 안 풍경이다.

  개찰구를 나오니 연세든 여자 분이 묻는다.
“OO병원 갈려면 몇 번 출구냐?”  “저 따라 오시면 됩니다.” 하고 앞서 갔는데 얼른 따라 오지 못하신다. 다시 돌아가서 손을 잡고 계단을 부축해 드렸다. 다행히 같은 과에 예약된 분이셨다.

  안과 병동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보에 싸인 아기를 안은 분들이 연이어 들어온다. 어린이가 보기 드문 요즘에,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 갓난 애기 들이다. 왜? 벌써 안과를?? 꿈인가 싶을 정도로 계속 안고 들어온다. 서너 명이면 그러려니 할 터인데 열 명도 훨씬 넘게 들어오고 있다.
한 엄마는 쌍둥이라 했고 내 옆에 젊은 엄마가 자세히 설명해준다. 팔 개월 만에 출산한 미숙아란다. 인큐베이터에서 퇴원한지 2개월 만에 검진 받으러 왔다 한다.  일반병원에서 어려워 여기 대학 병원에서 출산한 미숙아들 이라며,  태어날 때 1.5kg에서 지금은 거의 4키로 다되어 간단다. 현대의학의 눈부신 쾌거인 것이다. 
  젊은 엄마에게 힘내라는 미소가 절로 날라 갔다. 그 엄마도 격려해 주어서 고맙다는 미소를 나에게 띄우고.....

  한생이 훌쩍 스치는 것 같은 오늘 하루, 집으로 오는 길에는 가로수 노란빛이 더욱 선명해 보이는 시월의 하루였다. 


                    경인년  시월에  법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