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제보살의 산스크리트 명은 사다프라루디타(Sadaprarudita)이다. '사다(sada)'는 '항상' 또는 '언제나'를 뜻하는 형용사이며 '프라루디타(prarudita)'는 '울다', '슬피울다', '슬퍼하다'는 뜻을 지닌 동사원형 루드(Rud)에서 파생된 과거수동분사이다. 항상 눈물이 흘러 마를 날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상제(常啼)라 했다.
아니 슬픔에 복바쳐 눈물을 흘리니 마치 비처럼 내린다 하여 비읍우루(悲泣雨淚)라고도 했다. 그러다보니 곡(哭)소리가 나는 듯도 하다. 더불어 그것은 대비심의 발로이기에 상비(常悲) 또는 보비(普悲)라고도 했다. 살타파륜(薩陀波侖)은 그 음역이다.
그렇게 상제라는 이름이 붙게 된 인연에 대해서 『대지도론(大智度論)』권96에서는 이렇게 전한다.
'이 보살의 대비심은 굉장히 섬세하다. 그래서 중생이 악도에 떨어지거나 가난하여 굶주리거나 늙고 병들며 근심하고 염려하는 것을 보면 슬피 울고만다. 그로 인해 뭇사람들은 그를 상제라고 불렀다.'
혹은 이 보살이 부처님이 안 계신 세상에 태어나 중생을 이익케 하기 위하여 불도를 닦으면서 숲속에 들어가 안타까운 마음에 7일 밤낮을 울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었다 한다.
눈물이 어찌 슬픔뿐이더냐
그런데 『반야바라밀다경』제398권에서눈 그 우는 원인에 대해서 이와 달리 묘사하고 있다. 즉 그가 반야바라밀을 듣게 되면 환희에 가득차 너무나 기쁜 나머지 엉엉 소리를 내며 우는데, 그런 모양으로 하루종일 내지는 일주일 내내 지낼지라도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심지어 잠자는 것고 밥먹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요, 춥거나 덥거나를 생각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울었다고 해서 상제라고 전한다.
이와 더불어 『소품반야경(小品般若經)』에서는 오직 반야바라밀을 구하는 치열한 구도자로서 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추측컨대 그것은 이 보살이 중생의 고통으로 슬피울다 못해 중생들이 고통받게 된 근본 원인을 생각한 결과, 그것은 진리에 대해서 무지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고, 그러자 이 눈물의 보살은 그 연민으로 인하여 반야바라밀을 배워 이들의 슬픔을 모두 달래주겠다고 결심을 굳혔는데, 글세 그 반야을 배우는 과정에서도 진리를 발견한 나머지 환희에 벅차 울고 또 울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깨달음으로 향하는 길과 중생 구제의 길은 둘이 아니며 그것은 보살의 존재 이유다. 상제보살은 그것을 눈물로 실증한다.
상제보살의 치열한 구도 이야기
『소품반야경』 「살파타륜품(薩陀波侖品)」과 「담무갈품(曇無竭品)」에 이 보살의 구도의 여정이 상세히 적혀 있다. 부처님께서는 수보리에게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구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살파타륜보살을 본 받아야한다고 하자, 수보리가 살타파륜보살은 어떻게 반야바라밀을 구했느냐고 엿쭙는 대목으로 애기가 전개된다.
살타파륜보살이 발심하여 세상의 모든 명리를 버리고 신명을 바쳐 반야바라밀을 구하고자 할 때, 하늘로부터 동쪽으로 가면 반야바라밀을 듣게 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는 그 가르침대로 동쪽으로 길을 떠났다. 반야의 진리를 반드시 깨우치겠다는 일념하여 밤낮으로 쉬지않고 걸어갔다. 그때 부처님이 나타나서 말씀하셨다..
'여기서 5백 유순 동쪽으로 가면 한 성이 있느니, 이름하여 중향성(衆香城)이니라. 칠보로 장식되고 황금으로 덮혀 있으며 보석 나무가 즐비하고 연못에는 연꽃이 만발하여 사람들은 괴로움을 모른다.
그 성에서는 담무갈보살이 위없는 거룩하고 바른 진리고 설하고 있느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반야바라밀의 가르침을 들을 지니라.'
살타파륜보살은 그 말에 힘을 얻고 계속 걸음을 재촉하여 중향성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잠시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신을 보는 순간 자괴감에 빠지고 만다.
'나는 가난하여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할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니 그의 처소에 머물 수 없다. 이 보살의 처소에 헛되이 머물자니 마음이 불안하구나.
마땅히 내 팔이라도 팔아서 보살에게 공양하리라. 정법을 깨닫는 마당에 이 하잘은 육신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이렇게 생각하고는 거리에 나가 외쳐댔다.
'누가 나를 사지 않겠소. 누가 나를 살 사람이 없소.'
그 곁을 지나던 악마가 그 소리를 듣고는 이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얻는다면 그 지혜의 공덕으로 많은 중생들을 이익케 할 것은 뻔한 사실, 그렇다면 중생들이 내 주변을 떠날 것은 분명한 이치니 내 그의 구도심을 파괴해야 겠다고 생각하여 그의 목소리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했다.
그러니 이 보살이 자신의 팔을 사달라고 외쳐본들 소용없는 노력이었다. 결국 상제 보살은 지쳐서 눈물을 흘리며 탄식한다. 그 탄식하는 소리를 제석천(帝釋天)이 듣고, 저 구도자가 진실로 그렇게 탄식하며 흐느끼는지를 실험하기 위해 곧바로 바라문의 몸으로 몸을 바꾸고는 보살에게 말했다.
'무슨 일로 그렇게 슬펴하는가.'
'나는 빈궁하여 가진 것이 없으므로 몸을 팔아서라도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하고 반야바라밀의 가르침을 듣고자 하오나 아무도 저를 사주지 않아 슬펴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바라문은 말했다.
'나는 지금 큰 제사에 쓸 사람의 심장과 골수가 필요하오.'
이 말을 듣고 그 보살은 자기의 살을 칼로 찢었다. 그때 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한 누각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한 장자의 딸이 달려 내려와서 물었다.
'그대는 무슨 일로 이처럼 몸을 괴롭히는 것입니까?'
보살이 자초지종을 말하면서 자신은 반야바라밀의 가르침을 듣기 위한 까닭에 조금도 괴롭지 않노라고 하자 그의 행동에 감동을 받은 그녀는 바라문에게 그 댓가를 치르고 보살을 구해냈다.
그때 바라문으로 변했던 제석천이 본래 모습을 나투고는 살파타륜보살의 구도심을 찬탄하며 그를 상처나기 전의 건강한 본래의 모습대로 회복시켜 주었다.
살파타륜보살은 그녀와 함께 담무갈보살의 처소로 가 공양하고 반야바라밀의 법을 듣고 6백만 가지의 반야바라밀 삼매문을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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