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을 조금이라도 눅일 수 없을까 싶어 객쩍은 이야기 하나.
우리에게 잘 알려진 참 아름다운 이야기
'한여름 목말라 물좀주소-하였더니-'이파리 띄어'-그 슬기로움에 정분이 싹터, 결혼하였더라'를 아실 겁니다.
과연 이게 사실일까요? 사실이라면 제대로 된 온당한 해석일까요?
아래는 역사를 복원하는 '뉴스 사실은' 버젼입니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전의 어느 날, 말을 달리며 사냥을 하다가 목이 매우 말라 우물을 찾았다. 마침 우물가에 있던 아리따운 그 고을의 처자에게 물을 청했는데, 그녀는 바가지에 물을 뜨더니 버드나무 잎을 띄워 건네주었다. 이성계가 버들잎을 띄운 이유를 묻자 얼굴을 붉히며 "갈증이 심해 급히 물을 마시다 체하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그리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성계는 그녀의 갸륵하고 총명한 마음 씀씀이에 반해 부인으로(신덕왕후 강씨) 맞아들이게 된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감히 그 진실성을 의심한다는 게 불경스러울 수도 있는
이 일화는 그러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책들을 읽다보면 이 신뢰할만한 스토리가 놀랍게도 서너가지의 버젼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스토리는 똑같은 채,
주연 남자 배우가 청년화랑 김유신으로, 고려 개국조인 왕건으로, 조선 개창한 이성계 바뀌고
상대역 역시 정비 장화왕후 오吳씨(왕건)과 계비 신덕왕후 강씨(이성계)로 바뀌며,
구체적인 장소도 비정되어, 오늘날 전라남도에는 왕건과 오씨 이야기는 기념물로 조성까지 해놓았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조선역사상 물줄기를 바꾼 바꾼 이들임을 염두에 두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요?
어쩌면 이 일화가 영웅에 걸맞는 여인의 남다른 품성과 운명같은 만남을 보여주는 상투적인 무대세팅(클리세)은 혹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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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문제점.
그들의 만남의 방식이 물흐르듯이 자연스러운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항간에 때마다 떠도는 이야기중에 그럴싸한데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예를 들어볼까요?
미모의 탈렌트가 뉴욕 공연장에 갔는데, 하필이면 옆자리가 한국 재벌가 아들이었더라.
국영수 중심으로 학교수업에 충실해서 전국수석했다더라
왕건과 이성계 시절은 고리타분한 성리학이 지배하던 시절이 아닙니다.
신라말과 고려말은 한국여인이 페미니즘이 득세하는 요즘과 비할바 없이 당당하던 때 아니던가요?
'물좀주소'라고 하면, '니는 손이없나 발이없나'라고 대꾸하기 쉽상이지,
'얼굴이 발그레하면서 ....'는 우리가 조선 후기 사극을 너무 많이 본 폐해입니다.
기존의 관행적이고 무비판적인 해석은 피끓는 청춘남녀를 경로당 수준으로 만드는 우를 범합니다.
청춘남녀의 애틋한 사랑은 그렇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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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성은 요즘 TV드라마에만 있는게 아닙니다.
묘비명을 볼까요?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하나를 들어면 열을 알고, 불의를 참지 못하고, 효심이 지극하여 병세가 깊자 넢적다리 살을 베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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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대로^^ 된 해석의 예'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장삼이사인 우리조차도 나이드신 부모님의 만남을 점잖게 그리고자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부모님들도 한때는 젊은 청춘남녀였습니다. 우리들처럼.
개국조의 사관들은 그들의의 만남을 아무래도 드라마틱하게, 상징을 듬뿍 넣어 그리고 싶었을 겁니다.
탑돌이 하다가, 오월오일 그네띄는 모습에 눈맞았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물좀주소' 스토리입니다.
남자는 기골장대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장군이고 여자는 현명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그러나, 글밥을 먹고 사는 사관은 진실을 영원히 묻어버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빈치 코드'처럼 코드를 숨겨놓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버드나무 잎'입니다.
그냥 나뭇잎이라고 하면 되지, 왜 구체적으로 버드나무를 적시했을까요? 이게 바로 키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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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민족이건 '원형archtype적 사고'가 있습니다.
버드나무는 '봄'을 상징합니다. 봄은 만물에게 만남의 시간입니다.
버드나무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버드나무는 생명력과 번식력, 다산성을 상징합니다.,,,등등
(상세한 것은 인터넷 검색 또는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참조하세요~)
그리고, '잎'
김삿갓의 숱한 일화에서처럼 사람들은 언어유희와 그 속에 의미를 담기를 즐겨합니다.
'잎'은 여인의 '입'을 뜻합니다.
'입술을 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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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위의 일화를 짧게 해석하겠습니다.
선남선녀가 있습니다.
진작부터 서로는 미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어느날 남자는 우물가를 지나는 척하며, 그 중 한여인에게 '물좀주소'라고 자기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자 여인은 아무도 모르라고,
행동으로서 자기의 마음을 실어보냅니다.
그건 '버드나무 잎'이었습니다.
버드나무잎에 실려 있는 마음을 모르면 그건 사랑에 빠진 남자가 아니지요.
그런 눈치없는 남자는 앞으로 큰일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얼어죽을' 현숙 총명 그런 게 아니라
버드나무 이파리 피는 봄날 청춘 남녀의 싱그러운 사랑 이야기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이에는 눈빛만으로도, 한 행동만으로도 수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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