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간경 수행 입문(불교수행입문 5)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 | 조계종출판사 | 2008.12.22
간경 수행의 정의와 실천 방법
부처님께서 쿠시나가라의 숲에 누우셨을 때,
갑자기 사라쌍수에 꽃이 피어나 부처님께로 떨어졌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나무가 때아닌 때에 꽃을 피워서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예, 보았나이다.”
그때 하늘과 용과 귀신들이 허공에서 미묘한 꽃비를 내리며 풍악을 울렸다.
“너는 저 하늘과 팔부대중이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느냐?”
“예, 이미 보았나이다. 세존이시여.”
“나에게 공양하며 은혜를 갚고자 하는 이는 반드시 꽃과 향, 풍악 등으로 할 필요가 없느니라. 계율을 청정하게 지키고, 경전을 읽고 외우며, 법의 깊은 뜻을 생각하면 그것이야말로 나에게 공양하는 것이니라.”
-《대반열반경》
경은 부처님의 말씀이 담긴 책으로 숫타(sutta)를 번역한 말이다.
산스크리트어로는 수투라(sūtra)라고 하며
한문으로는 수다라(修多羅), 소달람(素怛覽) 등으로 음사하거나
경(經), 계경(契經), 관경(貫經) 등으로 번역한다.
숫타는 불교 고유의 용어가 아니라
본래 인도에서 신을 찬미하던 찬가와 그 주석서에 붙는 용어였다.
이러한 숫타가 불교에서는 순수하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의미하게 되었고
나아가서는 가르침을 담은 책을 가르키게 되었다.
붓다고사는 그의 저서 《디가니까야 주석서》에서
숫타에 대하여 여섯 가지의 자세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① 의미[義, attha]들을 드러내기 때문에 숫타라 부른다.
② 의미들을 잘 설명하나니, 제도되어야 할 사람의 성향을 따라서 잘 설하셨기 때문에 숫타라 부른다.
③ 농작물이 결실을 내듯이 결실을 산출하기 때문에 숫타라고 부른다.
④ 암소가 우유를 내어놓듯이 방출하기 때문에 숫타라고 부른다.
⑤ 그들을 잘 보호하기 때문에 숫타라고 부른다.
⑥ 목수에게 실 줄이 표준이 되듯이 지자(智者)들에게 실 줄이 되기 때문에 숫타라고 부른다. 그리고 실 줄에 의해서 꽃들이 묶여 흩어지지 않고 부서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뜻을 지닌 숫타가 중국에 전해져 경(經)이라고 옮겨졌는데,
경은 본래 ‘실’, ‘날실[縱]’이라는 뜻을 포함해서
‘이치’, ‘길’, ‘항상하다[常]’라는 의미가 있다.
또한 ‘성인(聖人)이 저술한 책’, ‘사물의 이치를 기록하여 세상 사람이 법칙으로 삼는 것’, ‘죽간(竹簡)과 같은 것을 실로 묶은 것’이라는 다양한 뜻도 있다.
부처님이 살아계셨을 때,
문자는 있었으나 종이가 없던 시절이었고,
또 소중한 성현의 가르침은 문자로 남기기보다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송두리째 외웠던 것이 당시의 풍습이었으므로
부처님의 가르침은 제자들의 기억과 암송을 통해서 온전하게 후대로 전해 내려왔다.
석가모니 부처님 열반 후,
첫 결집이 있었고
이런 모임은 그 후 몇 차례 더 있었는데
구송(口誦)으로만 전해오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문자로 기록하게 된 것은
첫 번째 결집 이후 약 200년 뒤의 일이다.
경전으로 하는 수행은 다양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은 독경, 독송, 사경이다.
그 밖에도 간경 그리고 풍송, 송풍, 전경, 서사 등의 이름이 있다.
경전을 읽는다는 뜻의 독경(讀經)은 가장 쉽게 경전으로 하는 수행법이다.
소리를 내어서 읽어가기 때문에 독송(讀誦)이라는 말과 혼용되기도 한다.
또한 경전의 글귀를 읊조리면서 외거나 암송한다는 뜻의 풍경(諷經),
경전을 소리 내어 읽는 풍송(諷誦)이라는 수행법도 있다.
전경(轉經)은 넓은 의미에서는 역시 경을 읽는 것을 뜻하지만,
경의 앞 몇 줄을 읽고 나서 꼼꼼하게 끝까지 다 읽지 않고 책장을 넘겨버리는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독경과는 달리 소리 내지 않고 경을 보는 것은 간경(看經)이라 한다.
간(看)이란 손[手]을 이마에 대고 자세히 바라본다[目]는 뜻이다.
소리를 내어 반복해서 읽거나 외기보다는 묵묵히 경의 내용을 음미하고 분석하고 세밀하게 살피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간경은 간독(看讀)이라 불리기도 한다.
참선 수행자가 온 신경을 화두에 쏟듯이 경의 구절을 세심하게 묵독(默讀)하는 것이다.
개인 간경 의식은 다음과 같다.
① 삼배
② 경을 펼친다.
③ 송경의식(정구업진언∼개법장진언까지)
④ 해당 경전에 세 번 귀의(예를 들면 ‘나무 금강반야바라밀’이라고 세 번 욈)
⑤ 독경
⑥ 정근
⑦ 발원
⑧ 삼배
간경 수행 실천 방법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우선 중요한 점은 시간을 정해놓고 정해진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일정한 시간을 정하기 어려울 때는 횟수나 소요시간을 정해서 읽는 것도 좋다.
한 권의 경속에 담긴 뜻을 완전히 이해하고 체득하였다는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읽고 또 읽어야 한다.
한 권의 경을 얼마나 읽어야 하는가는 각자에게 달려있다.
한 권의 경을 통해서 자기가 부딪친 한계를 넘어서고
아름답게 삶을 살아갈 지혜와 자신감을 얻고서
이웃을 향해 기꺼이 자비의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간경할 때의 자세는 반듯하게 하는 것이 좋으며
경을 펼 수 있는 곳이면 간경 수행의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인도에서의 경전 수행법은 그 뜻을 이해하고 경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주였다면
중국으로 전해진 경전은 좀 더 다양한 수행법을 요구하게 되었다.
기원이나 회향을 위해서 경을 독송하는 일이 많아졌으니,
경전 독송이 단순히 뜻을 이해하고 믿음으로 지니고 실천하는 차원을 넘어서
망자(亡者)의 천도(薦度)와 추복(追福)그리고
기도를 올리는 자의 구복(求福)의 차원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읽어야 할 경전을 몇몇 소개한다.
① 부처님의 일대기를 공부할 수 있는 경: 《수행본기경》《불설중본기경》《반니원경》《대반열반경》
② 부처님 음성을 만날 수 있는 초기경전: 《장아함경》《중아함경》《잡아함경》《증일아함경》
③ 반야의 지혜를 일러주는 경전: 《금강경》《반야심경》《대반야바라밀다경》
④ 보살의 삶을 가르쳐주는 경전:《유마경》《화엄경》《보리행경(입보리행론)》
⑤ 염불과 왕생을 일러주는 경전: 《무량수경》《관무량수경》《아미타경》
⑥ 선 수행에 도움을 주는 선적: 《안반수의경》《원각경》《수능엄경》《능가경》《대념처경》《임제록》《전등록》《벽암록》《좌선의(坐禪儀)》《서장(書狀)》《선원제전집도서(禪源諸詮集都序)》《선요(禪要)》
경전 수행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다음의 사항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①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읽자.
②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자.
③ 소리를 내어 읽자.
④ 의심을 하고 질문을 만들자.
⑤ 궁금한 점이 생기거든 해설서를 참고하자.
⑥ 수시로 메모를 하자.
끝으로,
한국인인 우리가 한문 경전으로 간경 수행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사항을 알아보자.
① 자세를 바르게 한다.
② 뜻의 이해가 앞에 가고 읽는 소리가 뒤를 따른다.
③ 호흡은 간경하는 동안 자연히 따라간다.
④ 리듬, 숨을 의식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간경한다.
아랫 글은
-《죽창수필》운서 주굉 지음에서 인용.........
나도 평소 염불을 숭상해 왔지만 애써 사람들에게 경전 읽기를 권하고 있다.
무슨 까닭인가.
염불의 가르침이 어찌 저절로 온 것이겠는가.
부처님의 가르침이 경전에 기록되지 않았다면 오늘의 중생이 어떻게 10만억 찰(刹) 밖에 아미타불이 계신 줄 알 수 있겠는가.
또한 참선하는 이들은 교(敎) 밖에 따로 전한 것이라고 둘러대고 있지만,
교를 떠나서 참구하는 것은 삿된 인(因)이요,
교를 버리고 깨닫는 것은 삿된 견해[邪見]임을 알지 못하였다.
비록 그대가 참구하여 깨달았다 하더라도 반드시 경교(經敎)를 끌어와서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요, 교와 합치하지 않는다면 이는 모두 사견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유교를 배우는 자는 반드시 육경과 사서로써 표준을 삼아야 하고,
불교를 배우는 자는 반드시 삼장 십이부로써 근본을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