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초대석
혜 관 스 님
“ 자기 할일에 충실하면서 ”
일체가 하나로 뭉쳐서 좀더 힘찬 법수의 물줄기를
법수법보 가족 여러분들에게 전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상하 동서남북 일체 시방 제불 보살님들께서 참석하시는 자리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먼저 큰 스님 수하 제자들 가운데 연로하신 우리 혜관 스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편집자의 말>
질문 : 스님께서는 여러 나라를 다니셔서 많은 공부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러 나라 불교인의 생활과 한국 불교인의 다른 점이라면?
스님 : 여러 나라 불교인들의 생활을 이야기하기란 너무 광범위해요.
우선 한국만 해도 서울 풍습, 대전 풍습, 부산 풍습이 다르고, 서울 김치맛, 부산 김치맛이 서로 다르지 않습니까? 외국 역시 눈물 있고, 웃음 있고, 우리네 하고 사는 게 꼭 같아요.
풍습만 다를 뿐, 종교에 귀의 한다는 것은 태어나서 잘 살고, 또 한 발 나아가 죽어 천당이나 극락간다는 요지로 종교인들은 알고 있지요.
질문 : 스님께서 보시는 불교관이라면?
스님 : 불교 자체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가 어려운 문제지요.
부처님께서 깨달으시고 난 뒤에 팔만사천 다라니, 즉 경이 존재해 있는데, 그건 과거 ․ 현재 ․ 미래를 여실히 설명해 놓은 것입니다.
부처님 이전에 과거 육불(六佛)이 존재하셨고, 육불이라 하여 육불이란 명칭이 지금까지 존재해 왔지요. 그 전부터 「욕지 전쟁사 금생 수자시라」하여 너희가 전생을 알고 싶거든 금생에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안다고 했습니다. 또 「욕지 내생사 금생작자시」라 하여 너희가 내생을 알고싶거든 현재에 만들고 있는 너를 보면 안다고 했지요.
무시 겁래로 흘러 내려오고 있는 「 불성 」이 영원 불멸인 것입니다.
질문 : 스님께서 떠나실 때 예정 기간은?
스님 : 애초에 떠날 때에 노스님께 ‘스님’ 한 삼 년 걸리겠습니다, 하고 나갔지요.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근대인 서울과, 고대인 경주, 또 역사가 찬란한 고찰 중 해인사, 통도사, 그 밖의 수원이 민속촌을 보면 한국을 한눈에 다 볼 수 있고요. 불종을 상징하는 통도사, 법보를 상징하는 해인사, 승보를 상징하는 송광사 등에 불 ․ 법 ․ 승의 여실함과, 산중에 큰 스님 몇 분만 찾아 뵈면 한국 불교를 다 알 수 있지요.
「 천태만상(天態萬像)으로 일일 일야 만사 만생(日日日夜萬死萬生)한다 」하신 부처님 말씀이 그만큼 중생계가 산란하다는 것이야. 역시 외국도 고대도시, 현대 수도, 촌락들을 찾아가 보면 그 나라를 알 수 있었습니다.
질문 : 스님께서는 언어에 대한 불편은 없었습니까?
스님 : 그때 뭐 영어를 할 줄 알았나요?
배는 고프고, 돈 가지고도 사먹을 때가 마땅찮아 비행장에 앉아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나를 보더니 빵집가서 빵을 사다 주더군요. 돈을 줘도 받지 않고, 그냥 웃고 말도 없어, 너무 고마워서 주소와 이름을 묻고 싶었는데 그냥 가 버렸어요! 거기서 나는 무엇을 깨달았느냐,하면 「 진리(眞理)는 비동(非動)이요, 실상(實相)은 이언(離言)이로구나. 」하는 경구(經句)가 생각나더군요. 외국에 간다는 생각은 했지만, 언제 간다는 확신 없이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에서 정진하고 있는데, 초청장이 와서 떠났지요. 앞서 말했듯이 생소한 외국땅에서,
낯설은 사람이 낯설은 사람에게서 말없이 배고픈 표정을 읽었을 것이야.
또 재미있는 것은 먹고 나서 갈 곳을 가야 하는데 찾을 수가 있어야지.
불란서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제 나라 말을 쓰지 않으면 가르쳐 주지 않아요.
호텔에서 통역관에게 물어야지요.
내가 급하게 앉아 있으니 한두명 사람이 와서 길을 가르쳐 주더군요.
그때 속까지 느껴지는 게 부처님 법이더군요.
우리는 굳이 국내 불교인, 국외 불교인을 논할 필요는 없어요.
그 당시 전혀 영어를 할 수 없었으나, 지금은 영어를 조금 알아들을 수 있지요.
어느 도시에서 잠깐 앉아 쉬고 있는 사이에, 열 대여섯 나라 사람들이 오가는데 등에 업힌 아기들 입에서 나오는 말이 모두 “ 마마 ” “ 빠빠 ”야.
내가 애기 때도 ‘마마’,‘빠빠’였는데 똑같아요.
항상 큰스님께서 말씀하시듯이 연습이 문제며, 부처님 닮는 연습하려면 부처님 흉내라도 내야지요. 공부하라, 공부하라 하시는 말씀이 절실히 생각나더군요. 왜 ‘마마’‘빠빠’는 일본인, 미국인, 한국인 모두가 같은데, 그 습 익히는 업에 따라서 영어, 불어, 일어, 러시아어, 한국어가 되기도 하지요. 한국에선 남자보고 거사라 하고 여자보고 보살이라 하지만 중국에서는 남자 여자 모두에게 거사라 불러요.
이건 보살이라는 존칭을 그만큼 아끼는 정신에서가 아니겠습니까?
보살이 아기 똥자루 쥐고 웃는 엄마의 얼굴 그것이 불성을 넘어서는 보살의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질문 : 법수 가족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은?
스님 : 옛날에 팔십 된 할머니께서 손주 따님을 데리고 절을 갔다 오는데, 손주딸이 “ 할머니! 할머니! 하고 부르더니 ” 아이 그 스님은 뭐 그 따위며 뭐 그런 것들이 다 있어? "하며 묻더랍니다. 그래서 할머니가 “ 아유, 넌 하루밖에 안 나와도 본 것이 많다. 난 벌써 몇 십년 다녀도 부처님밖에 못 봤는데, 뭘 그렇게 많이 보고 왔니? ”라고 답했더랍니다.
우리가 부처님 법과 큰 스님 교훈을 따르는 데 남의 얘길 할 필요가 있어?
남 할 일, 자기 할 일 돌아다 보면 남 얘기는 떨어질 거 아닌가? 우선 남 얘기 안하는 것으로 한 가지 실천을 삼고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