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아리랑 첫구절이 이렇게 시작하죠...
001 문ㅡ경ㅡㅡㅡ 세ㅡ재ㅡ는ㅡ / 웬ㅡ고ㅡㅡㅡ 갠ㅡ가ㅡㅡㅡ
굽이야ㅡㅡㅡ 굽이굽이가ㅡ / 눈물이로ㅡㅡ 구ㅡ나ㅡㅡㅡ
(전라도 끝) 진도아리랑에 (경상도 끝)문경세재가 왠 말인가.......하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심심파적으로 시덥잖은 이야기,긴긴겨울날..그냥 해보았습니다.
지리하게 긴 글 조금이라도 재미를 찾아 읽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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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 곁두리에 붙어사는 깡촌사람들에게 진도이야기를 꺼내면
황도,백도는 먹어보았지만 진도는 금시초문이라느니,
또는 함창읍내 난전거리에 사는 진도할아범을 말하는가 할 것처럼,
저 남쪽 섬,진도사람들에겐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를 문경새재가
진도아리랑 첫머리에 나보란듯이 들먹여지는 이유에 얽힌 그럴듯한 이야기입니다.
문경새재 이쪽저쪽으로 문경,상주,예천,충주 등,말그대로 산속에 묻혀있어
어느 글에서인가,
영주에서 논다하는 한량도 죽을 때까지 바닷구경한번 못하고 말았다는데
실제 문경새재에 올라보면 이해가 됩니다.
사방팔방으로 끝간데 없이 울울 산중에 첩첩이 봉우리입니다.
산에는 철따라 나지 않는 게 없는, 배고픔을 때울 산나물이 지천에 가득하겠지만,..
소금에 무치지 않고서는 어떤 것도 그냥 푸나무에 불과한 것들이라서...
하는 수 없이 금싸라기같은 소금을 사러 대처로 나가야겠지요.
요즘이야 소금 귀한줄 모르지만,
맞아죽고 굶어죽는다는 지리산 빨치산등짐봇짐에도 한숫갈의 양이라도 필수품이었다죠.
그러니까 육이오전쟁때 북측 이야기도 떠오르네요..
북한 인민군에 잡혔던 한 남한군인의 포로수용소생활중 일면인데요.
평양근처 어디라던가..맨땅,맨하늘이 그대로 보이는 수용소에서
배가 등에 달라붙기 직전까지의 열악한 먹을거리에 지쳐
수용소밖 논두렁,개울가로 나가 물속을 헤적여 물고기라도 먹을 심사였는데.
놀랍게도
조그만 개울에 미꾸라지가 우글우글 바글바글.
물반고기반이 아니라 미꾸리지가 걸리적거려 물을 뜰 수가 없을 정도로...
말그대로 고추풀고 뭐풀고 하면 곧바로 추어탕이 될정도로 우글우글하더레요.
알고보니 북한에서는 추어탕.,미꾸라지를 먹지 않았던거죠
남한에서 허벌나게 즐기는 추어탕을 말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금이 없어서, 비린내와 간을 맞출 소금이 없어서
그냥 눈뜨고 도둑맞는 심사였겠죠..
구슬이 서말이라도,미꾸라지가 바글바글대도 소금이 없으면 못보니만 못하죠..
하여간에 소금이 양념,조미료중에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하는 일례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새재사람들이소금을 구하려면,,,소금의 생산 유통경로를 되집어 가야합니다.
대구로 나가서--지리산 돌아--남도 뻘밭.....
새재저쪽 충청도쪽이야 서해로 가면 되겠지만,,
새재 이쪽,새들만 날아 넘나든다는 새재 이쪽사람들은 언감생심이고 남쪽으로 향해야겠지요..
이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주인공 : 지게꾼.소금장수가 등장합니다..
때는 : 여름 소나기 올때야 길을 나설리 만무하니 그때는 아니고 봄으로 하죠~~
짚으로 짠 가마떼기 하나 얹고 소금장수가 그 먼길을 떠납니다.
물설은 산, 강 구비돌고 건너넘고
말설은 곳 낯설어하며 그 먼길을 짚신을 몇켤레씩이나 갈아신으며 도착하였으니
그곳이 곧 바다라..
바다...
말만 들어도 마음 설레이는 곳이죠.
바다를 영어로는 sea(씨이.) 한자로는 海(해)라고 하는데,
바다를 입밖에 내어보면,, 씨이..해...에서 느끼지 못할 많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느낌을,말울림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바다..
첩첩산중에,눈을 드느니 앞산이요 고개숙이니 손바닥만한 땅만 보고 자란 산골 무지랭이 소금장수에게 바다는 어떨까요?
턱허니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일망무제하여 입을 탁 벌리면 다물 것을 잊었을 것이고
보는 순간 입을 열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더라면 내내 그냥 그렇게 서있었게 만들었깄지요.
하지만.
밤이 되자 눈에 보이는 게 없게 되고,그때서야 가까스로 정신 차리고
출출한 배를 느껴 식당에 들렀겠죠.
하지만 또한번 그를 놀라자빠트릴 게 있으니 길가 허름한 식당에서 펼쳐보인
나그네 밥상의 반찬가지수..
영화 "황산벌"을 보면..
이문식인가..하는 조연이 있죠,..박중훈,등등의 기라성같은 배우들을 빛바래게 한
그 배우가 다른 엑스트라들하고 (아마 벌교지방사람들의 욕설로,,하는 장면인듯..)신라군사들 기죽이는 장면에서 무심코 뱉은 말..
"우리는 반찬 사아십가지 놓고 먹는다아..."
내세울거라곤 아무것도 없어진 그 소금장수에게 마지막 남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뻥" "허세"....
뻥으로 무장하고 다음날 새벽같이 진도로 건너갑니다..
물것,갯것 가득한 배에 여유로이 올라 폼을 잡을려는 마음도 먹기전에..
울렁울렁
파도넘실넘실
하늘빙글뱅글
산오르락내리락
속이울렁울렁
세상에 태어나 이런 고통 처음이었습니다.
선창가에 내려 한참을 쉬며 호흡을 가다듬고,또 한참을 호흡조절한 후에야 "하늘은 높고 땅은 낮다"라는 말을 되내이고 조심조심 발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목이 말라 물을 청하려 동네안으로 들아가보아도,
철이 염전철인지 조기철인지 하여튼 때가 때인지라
짖는 강아지 한마리 없어서
다시,목마르고 지친몸을 이끌고 바닷물이라도 들이킬 양으로
바닷가로 나가는데...
이제 이야기 시작입니다....^^
저만치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사람형상이 있어 허급하게 달려갔더니
댕기머리 고운 여자였던거라.
주춤주춤 어쩌지도 저쩌지도 못하며 흘깃흘깃 겻눈질로
돌팔매질 하는 그녀를 보았데요..
그런데 바닷가에 널려있는,시크무리하고 밴질밴질한 조약돌이 아니라
우둘투둘 희끄무리한 것이길래
궁금도 하고,이야기 실마리가 될듯하여 감히 물었답니다.
"대체 그게 무엇입니꺼?"
"소금인형입니다.."
"(아니 그 비싼 소금덩어리를 아깝게시리....)그,그, 그걸로 무엇을 하는 거니껴?"
"바다의 깊이를 재고 있는 중이지라.."
"저 깊은 바다속에 닿기도 전에 녹아버리지 않니껴...?"
"사람과 사람사이도 또한 그러하지라.."
"..........(어허..이 처자가 지금 알듯모를듯 문자쓰고 있네...)"
어려서 김참봉네 세째아들,논다니를 모신적이 있어 그때 정자에서 기생희롱하는 말을 줏어들은 게 있어,그것를 머리속에서 쥐어짜고 얽어매고 앞뒤바꾸어서 문자로 답을 하였답니다,..폼잡고...
문자로 수작을 걸었다죠..
"물에서 난 소금이 다시 물속으로 사라진다 라고라고라,,이 말끝을 이어..하더니..
험험...봄비봄바람에 꽃이 피더니 다시 비바람에 꽃잎 떨어지고..설라무네..
여인의 몸에서 나더니 여자때문에 망한다 하더이다,,,가라사대..
험험...
사람과 사람의 일이 다시 그러하다니....설라무네....."
요새야.얼짱.몸짱이 설치고 기려지는 어수선한 사회라 남녀사이도 "작업"이라는 말이 유행하지만, 저때는 말짱인 시대였고,,그때는 수작을 건다"라는 말을 쓴 때였습니다.
수작이라는게 얼러고,달래고,둘러대고,넘겨짚고,눙치고,설설기는 것을 말하는데
이왕 수작이라는 이야기를 하였으니
저 깡촌,산촌,벽촌 댕기머리 노총각의 수작을 조금 더 들어봅시다..
얼러대기를..
"포구에 식당에 갔더니 반찬이 사아십가지나 되던데.. 우리는 딱 세가지 놓고 먹습니다..."
"무우만한 크기의 산삼이 그 하나요.
태어날 때는 토끼새끼만한 곰의 웅담이 그 둘이니 이걸 고추장삼아 찍어 먹고.
마지막은...험험..어..어..
산삼썩어내리고 곰이 지나갔을 법한 계곡물로 입을 헹구는 것이지요..."
둘러대기를..
"반짝거리는 게 다 생선비늘은 아니라오...노란 금덩어리도 또한 반짝거리는데
우리는 봄날 밭에 콩심을 때 꿩을 쫓으려 지천에 늘려있는 금덩어리를 던져 새를 멀리하죠..."
눙치기를...
"여기 게딱지만한 집들만 보아 상상이 안되겠지만..다섯발배기 우리조카가 집도 아니고 방을 잃어버려 이방저방,이채저곳간 헤메이며 찾기를 날이가고 달이가고 해가바뀌어 한살이 더먹고서야 찾아냈다오.."
그러다가 설설기기를..
"비록내가 못났지만.우리둘이 함께하면 재미있을거니더...."
이렇게 하면서 힐끔보았더니
여자의 각진 어깨가 한결 누그러들은 듯 하여 내심 흐뭇하였겠죠..
한편..
여자는 섬처녀라 내지로 가고싶어하는 마음이 가득하였답니다.
내지에 대해서는 땜장이에게 들은 바가 있었습니다..
하여간에 그 땜장이에게서 나오는 삐까뻔쩍한 물건들.나오는 휘왕찬란한 이야기들로
육지에 대한 꿈을 키워오고 있던차에.. 아니 그런 꿈이 없다손 치더라도,..
"모든 낯선것이 아름다운법.."아닙니까.
아니,아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바가지에 물을 뜨서 건네줄 때 떠거버리 노총각의 손이 바르르~~~ 떠는 것을 보았던 거죠..
남자라는 족속들의 모든 헛된말,헛된폼을 웃어넘길 수 있었지만.
그 순간 이 여인은 소금장수의 진실을 알아차린거죠..
이 이야기처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차에(원래 이야기라는 게 이런겁니다..)
날이 저물게 되었습니다..
화들짝 놀래며(또는 놀래는 척 하며.)집으로 향하는데
서로의 마음은 똑같았다고 합니다.
뭐냐고요?
"집이 천리밖에 있다면..얼마나 좋을까..."
순간,여자가 발을 잘못 디디었는지 휘청하여 얼결에 어깨를 감싸안게 되었는데
바로 그 순간
이 남자는 눈앞이 새까맣게 되어 천지가 아뜩해지고,가슴이 두근두근 터질듯 하고,발은 달달 떨려
그만 휘청 함께 휩싸여 넘어지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그곳이 보리밭이었습니다..
그때가 하필이면 보름달 환한 봄이었습니다.
여수앞바다 보름달에 온바다가 금빛
파르르 하늘, 파르르 보리밭
찰랑찰랑 물결,넘실넘실 살결
남정네의 산냄새.여인네의 바다냄새
화알짝 뜨은 달빛.사알짝 감은 눈빛
노란달빛,노란 물빛,달빛,물빛 달빛 금빛 빛빛빛빛...
울렁울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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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섬을 떠나게 되었는지 역시 기록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음음..
야반도주 하였다고 할까요?
아니면 육지남자라는 사실하나만으로,섬에 시집온게 평생의 한인 어머니의 말씀을 따라 대충 혼례치르고 떠났다고 할까요?
어찌하였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데는 별반차이가 없지만,.
굳이 나누자고 하면,
야반도주하였다고 하면 지게에 옷가지,이불보따리였을것이고
후자라고 하면 처가로부터 지참금마냥 지게에 소금가득 얹혔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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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시간관계상.
또 클라이막스에 이르러면,도리어 간결한 문체로 글을 씀으로서 효과가 극대화된다고도 하니 그렇게 합시다..
진주라 촉석루 경개가 그지 없었다.
대구 시내는 눈이 휘둥거려진다.
이제부터다.
가도가도 굽이길,
넘고넘어도 고개길이었다.
집이라고 도착하니 게딱지보다 더 작은 집이었다.
그것도 장마철 동남풍에 앞기둥하나 무너져있고
겨울 폭설로 뒷기둥 하나 찌그려져 있었다.
시집살이하였다.
이 부분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거다.
그당시는 당연한 삶이었다.
지금 그렇게 산다면 그건 훌륭한 삶이다
왜냐고?
드무니까..귀하니까..
이 남자는 소금같은 남자가 아니라 소금을 등에 진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이십년동안 물든 바닷물을 빼게 해준다고 새벽부터 밤늦도록 이산으로 저산으로 내몰았다.
이렇게 삼년을 살았다.
어느 봄날 한갓진 틈을 찾아 뒷산 멸치만한 가파른 밭두둑에서 호미를 놓고 잠시 숨을 돌렸다.
문득 고향이 떠올랐다.
바다냄새라도 맡으려 숨을 들이켜보아도 높고 가파른 문경새재에 가로막혀 바다냄새는 건너넘지 못하였다.
부산동래 한량은 손짓만 해도 춤사위가 된다고 하였다.
안동에 줄줄 내리는 비는 글월을 줄줄 읽어내리고
안동의 강아지는 왈왈 짖어도 공자왈맹자왈 한다고 하였다.
진도는 말만 내뱉어도 노래가 된다고 하였다.
새만 넘나드는 문경새재.
바다냄새도 바람에 실려넘지 못하는 문경새재
문득 그 여인은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이었고
허물어져 내리는 심사였다.
그 심사에 실려 노래 한곡조가 그냥 흘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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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가 왠말인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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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잡글은 2년쯤 전에 끄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길을 가다가 지난 성지순례가 떠오르고 그러자 문경새재도 떠오르고 그래서 올려 보았습니다. 괜히 실없는 이야기를 올리는건 아닐까 약간의 걱정도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