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의 일이다.
오전 10시쯤 무렵, 바바리코트에 굳은 표정을 한 60대 초반의 어르신이 무뚝뚝하게 불쑥 들어왔다. 다짜고짜 이르는 말이,
"자네, 참 인상이 샤프하구만.. 내 한가지만 묻겠네. 어떤가 대답해 줄 수 있겠지?"
"아, 예, 말씀하세요..어떤 일인가요?'
"응, 우리집을 지금 급히 팔려고 하면 얼마나 하겠나?"
"예,.....( 어쩌구, 저쩌구),,,일것 같습니다."
"응, 알겠네,"
3,4분 정도의 아주 짧은 대화가 오갔을 뿐이다. 무척 경직된 느낌만 받고, 심하게 얘기하면 거만한 느낌도 받았었다.
그런데, 그 날 오후 6시 무렵에 누가 불쑥 들어와서 보니 아침의 그 신사분이시다. 얼굴은 더 어둡고 굳어 있었다.
"어, 자네 인상이 좋아 내 다시 한번 들렀네,,사실은 말이야, 내가 사업상 이런저런 문제가 있는데, , 그래서 말인데,, 현 정부 ***가(상당한 고위직이었음) 예전에 내 신세를 많이 졌거든, 찾아가 부탁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하나, 응?"
머리가 아파지는 순간이었다.
자기가 날 언제 봤다고, 나원 참..!
기다리는 손님은 안오고, 머 이런 외계인만 오나..!!
그러나 어쪄라, 동네 장사이니 최대한 절제할 수밖에,,
단도직입적으로 묻으니, 그 스타일대로 대답했다.
"사장님께서 전문이 아닌 부분의 도울방법에 대해 확신이 든 후에 부탁하지 말고, 먼저 사장님의 가장 필요로 하는 사항이 무엇인지 명확히 한 후에 그 사람에게 사장님의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래? 그게 될까?"
"그건 그 사람측에서 고민할 문제인것 같네요.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한 번 사장님의 뜻을 전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잖아요?"
"....(휙),,,,(쌀쌀)..."
무표정으로 그냥 나갔다. 이번에도 대화시간은 10분도 안됐다.
지난 수요일 오후 6시쯤, 얼굴에 광채가 나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어떤 신사분이 들어오시는데, 바로 그 사장님이시다.
"어, 자네, 나 차한잔 주겠나?"
첫 만남에서 앉지도, 차도 거절하던 것과 판이했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일방통행이다.
"응, 자네 덕에 나 살았어. 그 ***사람만나 얘기했더니 며칠만에 연락와서 잘 해결될 것 같다고 연락왔어." 하면서 USB로 자신을 사업프리젠테이션자료를 같이 보자고 한다.
"자네, 좀 놀랐지? 나도 왜 그날 자네 사무실로 왔는지 도대체 모르겠어. 그런데 말이야. 그날 자네와 얘기한 것 중, 두 가지가 내 가슴에 확 와 닿더군. " 하면서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셨다.
"그리고 말이야. 부끄럽지만, 내 이번에 정말 소중한 것 둘을 깨쳤어.
먼저, 일단 한 번 해보는, 해보겠다는 그 한 생각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그대로 해보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지하고, 또하나는 가족이 정말 소중한 존재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
사실, 죽어버릴까도 생각하고 있었거든, 자식들은 모두 결혼해서 잘 살고 있기에 그 부담도 없다고 느꼈었지...."
하면서, 만담사연이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요컨데, 자살은 면했고, 그 원인인 재무상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기미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흑자 중소기업인데, 제조업을 겸하고자 신기술 개발비로 너무 많은 자금이 소요된 상태였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나로서는 좀 머쓱한 일이다...사실 대화내용도 별 것 없었기 때문인데, 상대방은 거기서 활로를 찾았다니...)
그 사장님이 오늘 다녀가셨다.
내용을 들어보니 기대를 걸었던 부탁했던 일이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결론났고, 1시간 정도 나와 얘기하는 과정에서 의견의 합치를 본 것이, 그 부탁철회하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낫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물론, 해맑게 돌아가셨다.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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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법정스님이 번역하신 화엄경의 입법계품 중 '스승을 찾아서'를 조금씩 읽고 있다.
연초에 법정스님의 번역본 '불타 석가모니의 생애'를 읽으며 떠올렸던 생각이, 위 책을 읽는 요즘에도 똑같이 다시금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한 생각낸다는 것,,,,금강경의 정신희유분도 떠오르고,,,,
선재동자의 발심,,,
오늘 다시 한 번 한 생각낸다는 것에 대해 깊이 사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신문에 물위로 솟아오르는 가오리사진을 보며, 보기 힘든 장면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요즘 있었던 일과가 떠올라 몇 자 적어 보았어요... 다가오는 새해, 모두가 힘차게 솟아오르는 모습을 마음에 간직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