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예불을 드릴 때 큰사찰에 따라서는 이산선사의 발원문을 봉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발원문 중에서 매양 내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내모양을 보는 이나 내이름을 듣는이는 보리마음 모두 내어 윤회고를 벗어나되...”
또한, 천수경중에서도
아약향도산 我若向刀山 도산자최절 刀山自崔折 아약향화탕 我若向火湯 화탕자소멸 火湯自消滅 아약향(我若向~~)~~
라는 부분은 특히 감동적이다.
그리고 얼마 전, 충주 석종사에 주석하고 계시는 혜국스님의 화엄경강의를 듣던 중, 혜국스님께서 오래전에 소지공양하시면서 발원한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에 한 가지가 바로 ‘내 모습을 보거나, 내 이름을 듣거나 하는 이들 모두를 반드시 해탈케 할 것이며 나와 반드시 불법을 닦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말씀을 듣고 큰 감동을 받은적도 있었다.
두서없이 이런 저런 얘기를 꺼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러한 발원과 큰스님들의 법문의 내용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절대적 믿음이 생겨서이다.
그 계기는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의 일로 기억된다.
철없던 시절, 민주화운동이 어떻고 저떻고 떠벌이며, 부유물처럼 시위현장에서 내몰리며 6.29선언을 이끌어낼 무렵이었다. 시내에서 시위대에 쫓겨 가까스로 교보문고에 피신했다가, 낯선 책자하나를 발견하고 표지만 보았었다. 한 귀퉁이에 밀알출판사(?)에서 간행한 큰스님법문 시리즈가 10여권 진열돼 있었다.
표지에 어떤 스님이 환하게 웃으시는 흑백사진과 함께 청화스님 법문집으로 기억된다. 그때 순간적으로 ‘아! 어쩌면 저렇게 맑을 수 있을까? 마음이 참 편안하네.’ 그게 다였다(신비롭게도 이글을 쓰는 지금도 그 느낌이 똑같이 생생하다). 그러나 그 책을 들어 내용을 본 것도 아니고 그대로 지나쳤었다.
그렇게 별스런 일이 아닌 것으로 잊혀진 줄 알았던 이 일이, 2005년 봄에, 나에게 큰 감동과 사건으로 다가왔다. 우연히 인터넷으로 불교방송을 보다가 큰스님 추모다큐멘터리에서 ‘청화스님’편이 있어 불현듯 그때생각이 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었는데, 바로 그분이셨다.
이럴수가!
참 이상한 일이었다. 녹화방송을 보는 내내 마음이 울컥거리고, 두근거리고 이따금 감격으로 눈물이 핑돌고,,,
야릇한 흥분된 상태가 되었었다. 그 후로 간간히 청화큰스님의 법문을 인터넷을 검색해 보다가, 시자스님들이 엮은 대표적인 법문집이 있어 모두 구입해 읽었다. 물론 지금도 소중히 여기고 가까이 하고 있다.
마침, 그 시기가 불교가 막연히 좋기는 한 것 같은데, 불교가 뭐지?, 나는 왜 불교에 관심을 가지는 거지?, 부처님이 어떤 존재지? 대승비불설이라고 하던데, 하는 물음이 꼬리에 꼬리물듯 떠올라 헤매고 있을 때였다. 천행으로 청화스님의 법문집인 ‘정통선의 향훈’을 접하게 되었고, 환희심으로 환희심으로 죽죽 이해되는대로 모르는대로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나무 마하반야바라밀..).
요컨대, 내게는 두 가지 분명한 믿음이 생겼다. 불경에 나오는 불보살의 서원과 역대 조사님의 서원이 절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불보살은 어떻게 중생으로 하여금 삼악도를 면하게 할까? 바로 갖은 방편으로 정법을 설해 보리심을 발하게 하고, 잘 정진하도록 호념하신다는 점이다.
불자라면 생활하면서 문득 이것이 부처님의 가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번 쯤은 있었을 것이지만, 내게는 이 일이 그 한 경우가 아닌가 한다..
그저 거듭거듭 감사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