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15일), 우연히 삼각산 도선사(3월22일)와 덕숭산 수덕사(4월12일)에서 보살계수계법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도선사가 가깝기도 하고 시간적으로도 무리가 안되어 동참키로 했다.
오늘 오전 7시30분쯤 집을 나서 우이동 도선사로 향했다.
1시간쯤 달려 일주문 앞에 차를 세우고 종무소를 찾아 보살계수계법회 동참절차를 마쳤다.
수계법명으로 따로 받은 것이 있느냐는 물음에 주저없이 주지스님께서 내려주신 盡峰을 적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도량은 상당히 분주했다. 발길을 대웅전으로 옮기니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지난 15일부터 부처님진신사리 친견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10시경에 사시공양의식을 시작해서 이내 자연스럽게 보살계수계법회로 이어졌다.
내 접수번호가 500번가까이 되었는데, 계속해서 동참자가 끊이지 않아 보였다.
갈마아사리로 나선 혜성스님께서 계를 풀이해 주시면서 모두에 하시는 말씀이 약식으로 해도 3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하셨다.
아이쿠! 내심 당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어야 시간 반이면 되겠지 하고 몰래 일정을 잡고 나왔는데....하지만 어쩌랴!
다행히 혜성스님의 법문은 매우 쉽고 간결하시면서도 유머가 넘치셨다. 아마도 법회참가자 대다수가 노보살님인 것을 감안하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호궤합장 대신 앉은 채로 합장만을 요구하시면서 그렇다고 보살계수계의식이 효험없는 것이 아니니 염려마시라면서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하셨다.
신기할 정도로 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계율의 중요성, 불자의 마음가짐, 보살계의 유래, 보살계의 공덕 등등,
설해주시는 계율을 따라 하고, 다짐하고, 그 뜻을 마음에 새기며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금방갔다.
발디딜 틈이 없이 들어찬 법당 내에서 참회진언을 외우며 연비의식을 진행하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스님들께서 돌아다니시며 불자들의 팔에 향으로 살짝 찍어주시는 의식도 과반을 조금 넘긴 채로 그만두게 되었다.
아직 의식이 남아 있는데 법회가 혼란스러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현성스님께서 곧 질서를 바로 잡아 주셨다.
아직 못받은 불자들은 나머지 의식이 끝난 후 주지스님께 따로 받으시라면서.....^^
나머지 의식을 능숙하게(?) 마무리하시면서 법회를 마치시니 1시30분이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예상대로 메시지가 여럿 들어와 있었다.
.........!!
헬기타고 가면 딱인데....
값비싼 수계법회가 될 수도 있는 순간이다.
........(어찌 어찌 마무리하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오후 3시다.
재작년부터 계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번번히 기회를 놓쳤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수계를 하게 되었다.
어찌 계를 지켜 불자로서 살아갈 것인가 하는 부담감보다는 계를 받았다는 그 자체로의 뿌듯함에 흠뻑 빠져있음을 본다.
오늘 처음 알았는데, 보살계를 받아야 포살의식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음,,, 이 또한 얼마나 감슴벅찬 일인가?
(개인적으로 가슴철렁한 계율도 있었다. 마땅히 서원을 세워야 한다는 계율이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럴수가! 사실 새해 들어와 줄곧 고민하는 것이 그 ‘서원’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이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순서가 뒤바뀐 것을 잘 안다.
그도 그럴것이 지지난해에 주지스님께서 느닷없이(?) 법명을 내려주었을 때 이미 시작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엿하게 보살계를 수지한 재가불자가 되었음을 스님께 고하게 되어 기쁘다.
기쁜 날이다. 운수좋은 날이 아닐 수 없다.
무비스님께서, 보살계의 근본목적을 드러낸 연수 선사의 '수보살계법서(受菩薩戒法序)'를 풀어쓴 책인 “보살계를 받는 길”이 최근 출판되었음을 조금 전에 알게 되었다.
오늘의 감흥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읽어봐야겠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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