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으로 연등축제에 참석했다.
절에 들르지 말고 직접 행사장으로 오라는 윤총무님의 연락을 받고,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운동장역에 내리니, 여러 사찰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의 피켓 때문에 혼잡한 와중에서도 선학원 배정자리를 찾는데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처음이고 누구에게 물어본 적도 없고 해서, 허둥지둥 일단 출발한 후에, 간식을 일부 사갈까 하다가 그냥 왔는데, 이게 웬 일!, 개별포장으로 떡과 김밥과 음료수 그리고 우의까지도 일일이 지급해 주었다.
오다보니 야구장은 이미 철거가 완료된 상태였다. 행사장이 상당히 노후하여 열악해 보였지만, 이내 역사속으로 사라질 기념물에서의 뜻 깊은 행사가 열린다는 것으로 모두들 위로하는 듯 했다.
각 종단별로, 그리고 같은 종단 내에서도 사찰별로 저마다의 개성으로 행사장을 장엄하는 모든 불자들의 모습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었다.
사실 그동안 학교생활이나 직장,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축제, 행사들이 있었지만 늘 방관자 내지 구경꾼의 입장에 있었던 나였기에 막상 연등축제에 참석해서 그 긴 시간동안 일련의 장엄행렬을 지켜보는 것은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하였다.
동대문운동장을 빠져나와 동대문을 지나 종로6가 정도 위치한 곳에서 도로 옆에 도열하여 행진순서가 오길 기다리며 1시간 반 정도를, 먼저 앞서가는 행렬들을 환호하며 감상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운동장에서 보았을 때 가늠했던 행진인파가 훨씬 많게 느겨졌다. 운동장 어느 한 켠에 압축해 놓았다가 풀어놓은 것처럼, 정말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울긋불긋 화려한 의복을 갖춰 입고, 일사불란하게 우아한 몸짓을 연출하며, 곱게 미소지으며 행진하는 선녀들은 보기에도 장엄했다.
축제를 보면서 보현행원품의 예경분과 찬탄분의 말씀이 저절로 떠올라 내내 떠나지 않았다.
이 많은 불자들의 가슴에, 적어도 어느 한 때 만이라도, 저마다 불보살에 대한 지극한 공경심을 표하는 있고 동시에 불보살의 한량없는 공덕을 몸소 찬탄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공덕은 범부의 알음알이로는 도저히 헤아리기 힘든 것이며, 기필고 성불의 인을 도울 것이리라.
재미있는 순간도 여러 번 있었는데, 앰프가 켜져 있는 것을 잠깐 잊으셨는지 원선스님이 행진 중에 “아이고 숨차, 너무 빨라 염불할 수가 없네” 하시는 혼잣말에 모두가 크게 웃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종로5가(?) 부분을 지날 때 즈음, 조명발로 광채 나는 우람한 모습의 스님 한 분이 인터뷰를 하시는 광경이 보여 자세히 보니 주지스님이셨다. 모두들 기뻐해 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런줄 알고 한 참을 지나온 것 같은데 누군가 뒤에 따라붙는 것 같아 돌아보니 주지스님이셨다.
세상에! 축지법을 쓰셨나? 언제 인터뷰하시고 뒤따라 오셨는지,... 곧바로 맨 앞에 서서 행진을 이끄셨다.
많은 경우가 그렇듯이 뭐든 돌아가는 것을 알아야 제 몫을 다 할 수 있음이다.
이 번 경험을 통해 내년에 좀 더 원활한 진행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더 많은 법수선원 불자님들이 함께 몸소 예경과 찬탄의 공덕을 쌓는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함께 참여하신 모든 불자님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차유만 거사님께서 법수선원 퓰리처상에 도전하시는지 정말, 혼심을 다하셔서, 주지스님을 대신하여 축제행사 대부분을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촬영하셨어요. 좀 지나면 정리된 자료 볼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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