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나라 영명연수 선사의 ‘수보살계법서(受菩薩戒法序)’를 무비스님께서 풀이하시여 펴낸 ‘보살계를 받는 길’을 이제 막 다 읽었다.
읽는 내내 야릇한 흥분상태를 자주 경험할 수 있었다. 그 많은 감정의 흐름들은 부끄러워 모두 밝힐 수 없지만, 최소한의 내적표현은 하고 싶고 그것이 회향의 한 방법일 수도 있겠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성수큰수님께 커다란 존경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법수선원 신도로서 큰스님의 법문을 듣지 않은 이는 별로 없을 것이고, 나아가 우스개 소리로 ‘리바이벌 법문’이라는 애칭(?)까지 언급되는 경우도 보았었다.
(당장 떠오르는 큰스님의 법문을 요약해보면,
“대웅전이란 어떤 분이 있는 곳인가?
절이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절에는 왜 오는가? 부처님 앞에서 절은 왜 하는가?
이 도리를 모르면 대웅전 출입문 밖에서 문고리 잡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부끄러워 눈물 뚝뚝 흘리고 서있어야 할 것 아닌가?
온 곳 모르고 갈 곳 모르고, 오고가는 놈도 모르고 절만 꾸벅꾸벅 해서는 안된다.....
알고 나면 물을 것이 참으로 많다.
천하만물 무비도요 세상만사 무비선이로다.
석가모니부처님이 4가지 대역죄를 짓고도 3천년가까이 존경받고 있는 이유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주시려고 대웅전에 앉아 계시는데 물어보는 놈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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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명연수 선사의 법문을 들으면서 불현듯 드는 생각이, 이러한 큰스님의 간결한 법문이 우리 법수선원 불자 모두에게 대승의 불종자를 심어주시는 간절한 보살의 대자비심의 실천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그 뜻을 알든 모르든, ‘또 그 법문이네’ 하고 시큰 둥 하든 말든 나아가 뜻 모를 소리만 하신다며 비방을 하든 말든.....)
동시에 큰스님께서는 조주스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오직 본분사(本分事)로서 사람들을 대하시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주스님의 본분사로서 사람을 대한다는 의미에 대해서 나름대로 정리해 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이는 나중에 스님께 조용히 여쭐 요량이다.)
그리고, 정초에 우연히 ‘왜 나무아비타불인가?’라는 우익대사의 역저를 접하면서 뜻하지 않게 정토불교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지금까지 정토관련 저서들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이해하려 애쓰고, 신심을 키우려 애쓰고 있다. 뭐 사실 극락정토신앙 하면 왠지 방편의 느낌이 강했었는데, 조금씩 이해를 넓히다 보니 그러한 견해는 무지의 극치임을 이내 알게 되었다.
뜻밖에도 영명연수 선사의 법문을 듣는 도중, 극락정토법문이 요의법문임을 내심 확신할 수 있었고, 불현듯 나도 모르게 스쳐간 금강경의 한 부분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벅찬 희열 그 자체였다.
2005년 봄 무렵, 우연히 접한 열반하신 청화큰스님의 법문 중에서, “무릇 불자라면 초심자라도 최소한 삼법인, 팔정도, 반야심경 정도는 누구나 자신 있게 남에게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하고, 타 종교인이 그토록 긴밀하게 성경책을 늘 가까이 하면서 밑줄을 그어 가며 공부하는 것을 우리 불자들은 본받아야 한다”는 말씀을 접했었는데, 그게 그렇게 크게 다가왔고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지금 되돌아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분명 그때는 아직 불자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을 때였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퍼즐 맞추기를 오늘 영명연수 선사의 법문을 들으며 한층 흥미를 잃지 않고 지속할수 있을 것 같다.
그저 불보살의 은혜에 감사할 뿐이다.(도대체 내가 뭔 복을 지었기에,,,,)
정법을 비방하라구?
뭐가 정법인지 듣고 알아야 비방도 할 것이 아닌가?
자, 이제 정법을 비방해서 우리 모두 부처가 되어보자...
이하, 영명선사의 법문 중 일부를 그대로 옮겨보기로 한다.
(부처님법문에 이런 대반전이 있는 건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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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법무행경>에 말씀하시기를 “어떤 한 청정한 의의를 지닌 법사가 있었는데 중생들을 불쌍히 여긴 까닭에 거주하던 곳으로부터 항상 마을로 들어가서 걸식을 마치고 돌아와서 다시 백 천만이나 되는 가정들을교화해서 모두 불자를 만들었다. 그래서 최상의 깨달음에 대한 마음인 보리심을 내게 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위의를 지닌 비구가 있었는데, 항상 절에 있으면서도 깨달음의 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였다. 청정한 위의법사의 제자들이 항상 마을에 들어가거늘 그들을 옳지 못하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서 곧 목탁을 쳐서 대중들을 모아놓고 다음의 법을 제정하였다. ‘그대들은 지금부터 이후로 절대 마을에 들어가지 말라.’라고 하였다”
“그 뒤 청정한 위의법사가 우연히 그 비구를 만났다. 비구가 대승계법을 믿지않고 받아들이지 않음을 알고는 무리를 해서라도 게송을 설해서 대승법의 종자를 심어주고자 하였다. 그는 반드시 믿지 않고 비방하여 지옥에 떨어질 것이고 지옥의 죄업이 끝나고는 이 대승법을 들은 인연으로 도를 깨닫는 씨앗이 되리라고 여겼다.”
그 게송은 이렇다.
“탐욕이 곧 도(道)다
진심 내고 어리석음도 또한 도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안에
일체의 불법을 모두 갖췄다.”
그 훌륭한 비구가 그 게송을 듣고 나서 비방하였다. 비방한 업 때문에 죽고 나서는 그 과보로 무간지옥에 떨어졌다. 지옥에서 구십 백 천겁 동안 온갖 고통을 받다가 다시 지옥에서 나와서 육십삼만 세를 항상 남들로부터 비방을 받았다. 그리고는 죄업이 점점 가벼워져서 드디어 비구가 되어 삼십이만 세를 출가하여 지낸 뒤, 이 업의 인연으로 다시 세속에 돌아가서 한량없는 천만 세를 육근이 우둔하여 미련하게 살았느니라. 사자유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때의 그 비구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놀라지마라.
내가 바로 그 비구였느니라.
“내가 그 때에 조그마한 나쁜 마음을 일으켜서 이러한 죄업을 받아서 지옥에 떨어졌으니 만약 누구라도 조그마한 죄업이라도 일으키지 않으려면, 훌륭한 법을 설하는 그런 보살에 대해서 나쁜 마음을 내지 말라. 그리고 보살이 행하는 길을 모두 마땅히 믿고 이해하여 절대로 원망하거나 분노하지 말라. 여래는 이러한 이익을 보아왔기에 항상 이 법을 설한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알라. 이 대승법을 들은 인연으로 부처를 이루었다. 듣고 비방만 하더라도 오히려 부처를 이루었는데, 어찌 하물며 지극한 정성으로 들으려 하고 믿고 받아들이는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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