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한 경제신문을 보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읽고 몇 자 적에 봅니다.
“한국의 명망있는 설교자들에게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성서 읽기의 아마추어리즘이다. 성서 텍스트는 실종된 채 설교자의 주관적인 신앙체험이 과잉생산되고 있다.” 국내 유명 목사들의 설교를 이렇게 정면으로 비판하는 정용섭 목사가 출간한 비평집, <속 빈 설교 꽉 찬 설교>,<설교와 선동 사이에>,<설교의 절망과 희망 사이에> 총 3권을 통해 국내 저명한 목사 39인의 설교를 비평한 글을 소개한 기사였습니다.
(이들 중에는 제가 대학교때 친구따라 여러 번 함께 들었던 목사님도 2명이나 포함되어 있더군요.)
정목사는 책 머리에서 “ 목사는 ‘말씀’의 심연으로 몰입되는 황홀한 경험도 하지만, 한 발자국 잘못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백척간두에 내몰리기도 한다”면서 바른 성서해석을 통해 절망의 설교에서 희망의 설교로 나아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기사는 끝을 맺고 있습니다.
먼저 정목사님이 대단히 용기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판의 대상이 된 저명한 목사님들의 교계파워가 엄청난 것에 비해 정목사님은 대구지역에 있는 한 목회자인 신분을 고려할 때 말입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 하는 궁금증에 즉흥적으로 드는 생각이, 무엇이 예수님의 가르침이고, 하나님의 가르침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기도에 따른 진지한 신앙생활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만 해볼 따름입니다.
일전에 소개한 주지스님의 거침없는 하이킥 법문을 떠올려 봅니다.
“......그러니 正道보다는 방편과 설화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고, 기복으로 종교생활을 하다가는
결국에는 나태에 빠져 이리저리 휩쓸리며 무리 짓는 천덕꾸러기가 되는 것이다.....
진실로 참되려면 곳곳에서 주인으로 살 일이다... ”
지난 3월에 보살계 수계법회에서의 법문을 듣는 불자의 자세를 설하신 부분도 떠올려 봅니다.
재미있는 법문을 기대하는 그 마음을 조복 받겠습니다.
더욱 경전을 가까이하고 信心을 굳건히 하겠습니다.
평생 정진하고도 우뢰와 같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많은 수행자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그 공덕을 지성으로 찬탄하고 예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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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었던, 우룡큰스님께서 법문하신 관세음보살보문품 가운데서 우룡큰스님께서 40여년 전에 직접 목격하신 큰스님들의 법거량을 소개한 부분이 떠올라서, 기억이 좀 희미하나 힘껏 재생해 봅니다.
1960년대 후반 무렵 부산에서 당시 도인으로 칭송받던 설봉노스님이 주석하시던 절에, 역시 당시에 대강백으로 인정받던 관응큰스님께서(당시 50대초반) 중창불사를 위해 지역유지를 모시고 일주일간의 <선문촬요> 강의를 하시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선문촬요’는 설봉노스님께서 제일 즐겨하시는 강의였다고 합니다.
이때, 설봉노스님은 당시에 기행을 하고 계셨는데, 곡차를 주기적으로 드시는데 한 번 시작하면, 벌거벗고 군용담요만 걸친 채, 삼칠일을 일체 곡기도 멀리하고 오로지 종류불문하고 곡차만 드셨고, 듣는 사람도 없는데 방안에서 고래고래 육두문자를 써가면서 소리도 치시고 하셨답니다. 그래서 주위에서 지켜보는 스님들께서 알아들을 수 없으나 함부로 할 수는 없어 ‘대승법문’을 하신다고 하며 지켜보고 계셨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관응큰스님께서 선문촬요 법문을 하시는 일주일이 바로 설봉노스님의 그 대승법문기간 중이었답니다.
드디어, 관응큰스님께서 법문하시던 닷새째 되는 날, 예고도 없이 설봉노스님이 벌거벗은 몸에 군용담요만 두르시고 성큼성큼 관응큰스님이 계시는 법상 앞에 바로 앞으로 오시더니 이렇게 버럭 소리를 지르셨답니다.
“야, 책에 있는 말을 하려거든 책에 있는 말만하고, 네 말을 하려거든 네 말만 해!”
그리고는 뒤도 안돌아 보시고 당신 방으로 들어가셨답니다.
우룡큰스님의 기억으로는 당시 관응큰스님의 법력이 설봉노스님의 법력에는 못 미쳤던지라, 그날 관응큰스님의 법문은 그야말로 썰렁하게 마무리되었답니다.
바로 그날 저녁,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설봉노스님이 당시 시봉하시던 고경스님(?)과 함께 관응큰스님이 머무시는 방으로 담요를 걸치시고 직접 찾아오신 겁니다.
설봉노스님은 당시 70세 후반의 노구이셨음에도, 관응큰스님께 우슬착지의 예를 갖추고 절을 올린 후, 미처 큰스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큰 결례를 하였음을 사과하시면서, 법문을 설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청하였답니다.
그러면서, 물으신 것이, “부처님께서 心法을 한 번만 전하셔도 충분한데, 왜 세 번씩이나 전하셨습니까?”(....기억이 가물가물하나 이런 취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당시 설봉노스님은 곡차로 취한 상태였고, 나아가 틀니까지 뽑아놓고 온 터라, 오래 모신 분들이나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발음이 엉성했다고 합니다.
관응큰스님께서 그 말씀을 들으시고 “스님, 지금 무엇이라 말씀하였습니까?”라는 취지의 대답을 하니, 노스님께서 노기어린 눈으로 관응큰스님을 한참을 노려보시다가 다시 똑같이 물으셨고, 이에 대해 관응큰스님께서는 역시 같은 대답을 하였고,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 졌답니다.
드디어 설봉노스님께서 가누기 힘든 몸과 마음을 다하여 세 번째로 똑 같은 질문을 던지셨고, 이번에도 관응큰스님께서 똑같은 대답이 나오면 정말 큰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 되었는데, 이때 노스님을 시봉하여 함께 오신 고경스님(?)께서 관응큰스님께 노스님이 질문하신 것을 또렷하게 설명해 드렸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질문의 뜻을 알아들은 관응큰스님께서는 즉시 설봉노스님께 무릎을 꿇고 대답을 하셨다고 합니다.
“스님, 저는 그 뜻을 모르옵니다.”
그러자 설봉노스님은 노기어린 눈길로 한참을 노려보다가 그대로 당신 처소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다음날 아침, 관응큰스님께서 점심공양을 마치시고는, 가사장삼을 수하고 설봉노스님의 처소로 와서 공손히 삼배의 예를 올리고 법문을 청하셨고, 이에 설봉노스님은 두 시간 정도의 법문을 하셨다고 합니다.
노스님의 법문이 끝나자, 관응큰스님께서는 다시 예를 갖추어 절을 하시고는 “이제까지 여러 큰스님의 법문도 듣고, 온갖 부처님의 경전의 말씀을 다 공부하였지만, 오늘 노스님의 두 시간의 법문이 참법문 이었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다음날, 관응큰스님께서 선문촬요 강의 마지막 7일째 법문을 마치시고 떠난다는 말씀을 듣고, 설봉노스님께서 담요를 두르고 배웅을 나오시게 되었는데, 그때 관응큰스님께서는 노스님이 나오시자 마당에서 큰절을 세 번이나 올리셨다고 합니다. 그 광경을 법회에 참석한 모든 지역유지들이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서요.....
그길로 관응큰스님께서는 모든 강의를 취소하시고, 바로 도봉산 천축사 무문관에 들어가서 6년간 두문불출 정진하셨고, 그 뒤로는 한 번도 당신의 살림살이를 보이시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우룡스님께서는 당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시면서 너무도 거룩한 관응큰스님의 모습에 크게 감명을 받으셨고, 수행인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기회있을 때마다 이 일화를 들려주시면서 관응큰스님을 칭송하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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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설봉노스님은 선학원에서 포교사를 맡아 교화에 힘쓰셨음은 물론, 범어사 내원선원 등 여런 선원의 조실로 계셨고,1969년에 세수 80세로 입적하셨답니다. 기억해 보니, 성수큰스님과 설봉노스님과의 법거량 일화도 있는데요, 7,8년전에 법수선원에서 법보시로 발행한 성수큰스님의 법문집에서 읽은 기억이 있네요. 한 번 찾아 읽어 보셔요. 도인끼리는 무슨 말씀을 하셔도 서로 알아보시는 모양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