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사무실분위기가 난장판으로 가기 직전이다.
10여일 째 계약한 것의 해약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었는데, 어제부터 복잡함이 극치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풍선터지듯 조만간 폭발 후 상황이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일 년에 두 세 번은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때 제일 어려운 것이 바로 중개업자이다. 그리고 특히 공동중개한 경우라면 더욱 곤란하다.
해약사유로 읍소하는 경우가 누가 봐도 이해가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일선에서 보면 선뜻 계약금을 온전히 반환받거나 하면서 수월하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금액이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넘어서면 더욱 그렇다.
특히, 계약한 바로 다음 날 득달같이 달려와 24시간내이므로 해약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실상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다(계약서에 명기하면 되지만, 그런 계약은 좀처럼 행해지지 않는다)
드물게 차분한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상에 넣고, 자신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해 줄 사람을 찾아 자기편으로 만든다. 바로 중개업자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이 중개업자를 신뢰하지 않고 분풀이 대상으로 삼고 화부터 내고, 극구 말리는 대도 불구하고 직접 상대방에게 전화를 하거나 집으로 찾아가서 읍소를 해 보지만, 상대의 마음을 더 닫히게끔 할 뿐이다.
이런 경우, 중개업자의 운신의 폭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고, 오히려 그 사람의 비유를 거슬리지 않고 겨우 복비만 받고 끝내려는 경우가 많다.
꿀을 원하면 벌통을 발로 차지 말라고 했다.
부득이 관행에 어긋나는 요구를 할 상황이라면 더더욱 주변상황을 잘 살필 일이다.
각 당사자가 무엇에 의거하여 행동하는지 그 진실한 동기를 파악해야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다.
종국에 남는 것은 계약서 밖에 없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따라서, 날인하기 전에 충분히 숙고해야 하고, 최대한 자세하고 명확하게 계약서에 명기하는 것이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수월하게 덜 고생하고 당당하게 대처할 수 있는 비결이다.
가까운 사람, 믿는 사이일수로 더더욱 정확하게 문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좀 꺼려하는 것 같은데, 문제는 바로 거기서 발생한다.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보는 경우, 해약자는 상대방이 공돈을 부정하게 취득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 90%다. 그야말로 남이하면 불륜이고 내가하면 로맨스라는 사고방식일 뿐이다.
요컨대, 그것은 절대 공돈이 아니고 부정한 돈도 아니다. 당당하게 취할 수 있는 돈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강조하고 싶다.
관련통계는 보지 못했지만, 내가 일하는 중개업자 지부에서 회식자리에서 약식으로 파악한 적이 있었는데 대략80%는 돌려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내 경우는 정확히 65%가 반환받지 못했다)
행동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평범한 이치를 이해한다면, 그럴 상황이 예상될 경우 흥분할 일은 아니고, 모든 일이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차분히 숙고해서 중개업자를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중개업자를 떡방업자로만 인식하는 행동을 보여주면, 대부분의 중개업자 역시 그 기대에 절대부응하여 떡방업자로 성실하게 200% 행동해 준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참고로, 호의로 온 상대방중개업자가 일방적으로 매도당하여 꼭지돌아서 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전혀없는 상황이 되었다.
절대 화내지 말 것이며 어떠한 경우라도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동을 해서는 절대절대절대 안된다.
뿌린대로 거두리라는 생생한 법문을 온몸으로 체험한 서늘한 오전이었다.
애고아까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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