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조금은 뿔난 이야기,,,

어제 저녁 무렵 꼬맹이하고 교보문고 잠실점에 오랜만에 가게 되었다.
이곳저곳 다니다, 불교서적코너에서 낯익은 이름이 있어 무심결에 펼쳐본 책이 있었다.
(습관적으로 책을 고를 때에는 먼저 지은이와 약력을 보고 머리말을 훑어보고 한다.)

<가려엮은 아함경>
저자 허정
조계종 비구. 불기 2483년 김해에서 출생
불기2513년 범어사 출가 수행 중.
,,,,,,,,,,,
,,,,,,,,,,,,(이게 약력의 전부였다)..

아!  갑자기 청량감이 느껴졌다 ,,,,,,
그러나, 이내 착잡한 감정이 더 크게 일어났다.
도대체 이 느낌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동안 신문 또는 방송에서 중진스님들의 법문에 앞서 소개하는 약력의 내용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문득 점점 우리들은 스님들에게, 우리가 속인들에게 요구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그 위엄 내지 권위의 인정방식을 강요해왔고 나아가 이제는 그것을 당연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교종단 내부의 전통적인 승가규율, 교육질서 내지 위계에 대한 재가자들의 삿된 의혹으로 말미암아 감히 출가외적이고 세속적인 학위 내지 직위라는 허울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왜일까?
나에게 국한하여 물어볼진대, 결국 眞實信心이 없기에 그렇다고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창피한 얘기지만 나는 아직도 신심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깨달음이라는 궁극의 가르침보다 오히려 믿음의 성취라는 덫에 빠져 아직도 허우적거리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각설하고,,,,)

그래그래,
조계종 ‘비구’, ‘출가’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이렇게 당당한 스님들이 모여 법을 설하시고 머무르고 계시는 곳, 그곳이 바로 법수선원이라는 것을 새롭게 생각게 한 유쾌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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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한 가지 함께 생각했으면 하는 일도 있었다.

두 달여 만에 찾은 서점이었는데, 종교서적을 전시공간을 보니 기가 딱 막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좀 뿔났다.

과장이 아니고 불교서적의 전시공간이 기독교의 그것에 비해 후하게 보더라고 1/7밖에는 안되었다.(두 달 전에는 1/4정도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나마도 한쪽 전시공간은 T자형 공간의 벽에 접해 있어서 그 서가의 책은 전시 공간의 30% 정도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

우째 이런 일이....

말이 나왔으니 한 마디 덧붙이고 싶다.

내가 거주하는 곳은 송파구 가락동인데, 인근 다른 동을 포함해서 어느 곳을 가더라도 기독교전문서점(각종 음반, 기념품 포함)이 정류장 인근 내지 대단지 아파트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불교 전문서점은?
全無다.

작년에 전직을 염두해 두고 불교서점의 시장성을 알아보던 중에, 불교계 유일의 전문서점이었던 여시아문마저 폐업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사실 불교계 유일이라는 수식어도 민만한데 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법보시’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요?

조금만 생각하면 법보시는 결국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거룩한 방편이요 동시에 그 실천이 그대로 수행방편이 되는 것을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각자가 평소 광의의 불서를 가까이 하여 불서의 시장규모를 키우는데 일조한다면, 그것이 곧 법보시에 동참하는 것이며, 아울러 무량한 법문을 배우는 사홍서원을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 부분은 좀 자신 있네요..상위 20%에는 들것이라 자신합니다....부끄^^)

동네 동네 마다 어렵지 않게 불교서점이 다양한 문화상품과 더불어 번성을 누리는 그날을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