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고 있듯이, 오는 8월27일 서울광장에서 범불교도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변두리의 이름 없는 풀 한 포기마냥 그렁저렁 살아가는 내 오감에도 이와 관련된 종단의 급박한 분위기가 전해져 온다.
이는 무척 예민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듯하다.
나도 갈팡질팡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 어 , 어, 설마, 설마, 하며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는데, 결국 얼마 전, 교계의 의사를 대표하는 종단 어른 스님들의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 모양이다.
상황 끝....
어른들께서 고민할 필요 없게 깨끗이 선을 그어 주셨다.
이런 상황에서, 난 어떻게 해야 하나?
..............???
그런데,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
보도를 보면, 지금 불교계의 여러 경로를 통하여 코앞에 닥친 궐기대회를 막으려는 집요한 각개격파식의 분열획책의 노력이 자행되고 있는 듯하다. 자중지란을 꾀하기라도 하듯이.
심히 걱정이다. 내 생각으로는 오늘까지 벌어진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종단에서 이미 공언하고 있는 몇 가지 관철사항에 대한 현 정부의 무조건수용 내지 납득할만한 수준의 수용조건을 제시받지 못하는 한, 예정대로 대회는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회당일의 구호에서도 절대로 ‘기독교편향시정’등과 같이 타종교를 직접적으로 적시하는 피켓이나 현수막을 곤란하다고 본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기에 특정 종교인을 자극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사회통합해치는 종교편향 시정’ 이런 정도의 취지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모든 일이 비례의 원칙에 맞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권타도 내지 촛불시위자탄압중지, 이런 주장도 대회장에서는 안 나왔으면 한다.
그저 평화롭고 질서있는 불교집회의 성격을 유지하고 결코 불순한 정치적인 집회로 비쳐져서는 안된다. 그래야 불필요한 정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회는 결코 불교계만의 문제가 아니며, 개신교,천주교 나아가 비종교인 국민 모두에게 지극히 민감한 그런 집회임을 우리불자 모두가 명심해야하고, 현정부와의 전면대립 내지 반정부운동으로 오해될 수 있는 일말의 돌출행동이 안 나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나는 각 종단의 업무행정이 어떻게 돌아가고, 각각의 문중과 그 소속 교구와 관련된 사찰관계인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얽혀있는지, 또한 보다 장기적으로 어떤 행정적,재정적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것이 실제로 불교계의 발전에 더욱 도움이 되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종단에서 인식한 소위 종교편향의 사고방식이 정부조직 내부에서 나아가 기타 사회단체에까지 점진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사실이라면, 사회안정과 통합을 위해서 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는 데에 대한 확고한 신념은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혹시나 일부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불교계가 한목소리가 아니어서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는 일부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의 인식에 관한 기사가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불교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고, 동시에 누구에게도 분명히 그렇게 보여져야 한다. 그러자면 앞서 언급한 불교계의 구성원들 중 일부에게는 중요한 현안으로 있는 일에 피해가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전향적으로, 대승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서, 따로 노는 듯이 보이는 일이 없길 바랄뿐이다.
그러고 보니, 21년 전, 대학1학년 때,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채 알지도 못하고 6.29선언을 이끌어내기까지 이어진 일련의 시위들 중 몇 번은 참석해 이따금 도망 다녔던 그 시청 앞을, 또 다른 마음가짐으로 그 광장에 가보게 될 것 같다.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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