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루가 토요일이어서 모처럼 참석을 하였습니다. 수개월 만에 뵙는 큰스님의 모습은 별로 달라진 바가 없어 보였습니다. 이번에 큰스님의 법문도 예의 레퍼토리(?)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지만, 꼿꼿한 그 모습을 가까이서 뵙는 그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받곤 했습니다.
법회가 끝나고 나오려는데, 어느 중년의 보살님께서 자그마한 소책자를 법보시로 나누어 주시고 계셨습니다. 얼떨결에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받아들고 집에 돌아와서 늦은 밤 잠도 안오고 하여 살펴보니 무비스님의 법문집이었습니다.
그렇게 작은 분량으로 경전과 어록만을 인용하여 일관된 논지로 불교에 관하여 정리한 책자를 만나보기도 참으로 어렵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평생을 수행에 전념하며 대강백의 계보를 이으신 스님이셨기에 가능한 역작이 아닐까 합니다.
현대적인 표현으로 재미있게 서술하신 부분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임제스님과 관련하여서는, “그대들은 성인을 좋아하지만, 성인이란 이름일 뿐이다. 어떤 수행하는 이들은 모두 오대산에 가서 문수보살을 친견하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벌써 틀린 일이다. 오대산에는 문수가 없다. 문수를 알고 싶은가?
다만, 그대들의 눈앞에서 작용하는 그것,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고 어딜 가든지 의심할 것 없는 그것이 바로 살아 있는 문수다.”라는 부분과 관련하여 이것이 진짜 불교이며 임제스님만이 가르칠 수 있는 불교이며, 특히 하늘만큼 땅만큼 많은 불교의 거품을 다 걷어내는 가르침이라는 말씀은 참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하늘만큼 땅만큼 많은 불교의 거품을 다 걷어내는 가르침,,,,
이와 관련하여 문득 드는 생각이,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하늘만큼 땅만큼 많은 불교의 거품을 다 걷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그런 거품이 어떤 거품인지 제대로 가려주고, 또한 거품이 전혀 헛된 것이 아닌 것임을 가려주는 그런 공감대가, 아니 공감대가 어렵다면 건전한 논쟁이라도 끊이지 않고 활발하게 불자들 사이에 계속되는 그런 날을 떠올려 봤습니다.
(삿된 생각으로 거품에 매몰되는 사람이 잘못된 것이지 어찌 불보살의 가르침의 거품에 허물이 있을까요)
끝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이 책을 복사하기를 환영합니다,,,”라는 문구와 더불러 저작권법상의 어떠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명시한 부분입니다.
오로지 전법, 전법, 전법,,,,, 무비스님의 법문집 법공양하신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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