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의 작은 역사(들녘)>라는 책에 유명한 극작가인 브레히트가 화장실에 관해
예찬한 글을 발견했습니다.
그 구절을 보면서 우리 선원의 화장실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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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 지상에서 가장 좋아했던 곳은
언제나 화장실이었다.
그곳은, 인간에게 만족을 주는 장소
위로는 별들이 빛나고 아래로는 두엄더미가 있는 곳.
그곳은 분명, 혼자서도
첫날밤을 치른 사람처럼 행복할 수 있는, 경이로운 곳.
그곳은, 당신 자신이 그 어느 것도 몸에 지니고 있지 않는
한갖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겸손의 장소.
그곳은, 새로운 욕구 충족을 위해
불룩 나온 배를 비워낼 수 있는, 지혜의 장소.
그곳은, 인간이 기꺼이 휴식을 취하는 곳.
하지만 부드럽게, 자기 자신을 위해 무언가 행하는, 그런 장소
- 베르톨트 브레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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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티비 퀴즈 프로그램에서 '조선시대 임금이 사용하든 변기가 무엇인지'라는
문제를 내더군요.
우리나라 임금도 베르사이유 궁전의 그들처럼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았던가 봅니다.
퀴즈의 답이 궁금하실 분들이 계실텐데, 그 답은 '매화틀, 또는 매우틀'이라고 한답니다.
임금의 변을 일컫는 '매화'에다가 빵틀. 셈틀 할때의 명사인 '틀'을 덧붙인 형태입니다.
매화는 한자로 이름도 근사하게 매화(梅花)라고 하니,
임금의 똥은 유방이 만세(遺芳萬歲 아름다운 향기가 만세토록 미친다)는 걸까요^^
진행자에 의하면, 매화라는 말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순간 매화의 유래에 관하여 제 머리를 스치는게 있었습니다.
매화는 미(米) + 화(化)의 합성어가 아닐까라는....
똥이라는게 본래 쌀(米)이 변한(化)거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미(米)'(밥)은 예전부터 높여사 말하기를 뫼 또는 메 라고 했기에 붙여서 말하면
'매화'가 됩니다.
매화(米化)를 매화(梅花)로 표기한 것은 궁중문화이다보니 격조있게 할려고 들어서거나,
아니면 원래말을 모른 후세사람들이 역시 품위있게 표현하자니 매화(梅花)로 되었을 거라는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는 그럴 것 같다고들 하는데, 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네요. ~~~
<첫번째 사진이 바로 매화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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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들어갈 때하고 나올 때하고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들어갈 때나 나올 때나 매양 똑같은게 있습니다.
바로 당사자인 '화장실'이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들어갈 때는 오직 일심뿐이어서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고,
나올때는 이미 방심(放心)하니 역시 화장실을 잠시라도 감사해할 여유를 내지 않습니다.
공자 가로되,
군자는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니 즐겁다 했고,
배우고 때로 익히니 역시 즐겁다 했고,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이를 두고 군자가 누리는 삼락이라 했습니다.
화장실은 과연 어떠할까요?
멀리서 급한 친구가 와도 즐거워하고
익힌 것을 때때로 넘치지 않게 비우고,
친구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이 모든게 군자의 덕목입니다.
군자는 두려워하지 않고, 근심하지 않는다 했습니다.
급한 친구일수록 내치고 꺼려하고
배워서 남 안주려 하고, 혼자만 감추려 들고,
알아주기 전에 먼저 나서서 설치는 인간세태를 볼작시면,
화장실이 갖는 삼락을 오직 사모하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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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수선원에서 안온하게 들어앉아 가을 햇살이 제일 따뜻한 곳이 어디일까요?
법수선원 화장실.
지난주말 햇살가득한 화장실 앞을 한참 서성거리면서,
화장실을 생전 처음 본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만치 떨어져 있는 화장실이 외로 고개를 돌리고 앉아 있는 여인인양 했습니다.
아니아니.
사람들이 자기가 맺힌 근심을 푸는 곳이라 해서 희롱하듯 해우소라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화장실은 스스로 근심이 없는 무우소(無憂所)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무우수(無憂樹) 아래에서 고오타마 싯타르타가 태어나셨습니다.
모든것이 지고 떨어지고 돌아가는 늦가을, 따뜻한 햇볕으로 공기가 탱탱한 화장실 앞에서 떠오른 단상이었습니다.
가만있자, 화장실 입구 우측에 있는 나무는 무슨 나무지?
* 밥 에 대한 재미있는 읽을거리
http://www.encyber.com/search_w/symbol.php?contentno=71276&gs=ws&key=sbl&masterno=712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