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첨부파일과 같은 명함판 광고 '남남북녀 결혼 주선'라는 문구를 보고,
문득 아래와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남북녀’ 라는 말은 '사실'인가? 아니면 '가치'인가?
'남쪽은 남자, 북쪽은 여자가 미인이 많다.'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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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삼다도는 과연 무엇무엇일까요?' 라는 문제가 있다고 합시다. 물론 그 답은 '바람 돌 여자' 입니다. 어려서부터 세가지를 달달 외워서 우리는 잘 압니다. 한국에서 내는 대부분의 문제는 이렇게 하나하나 대등하게 나열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접근은 그것들이 진실로 어떤 연유로 생겨났는지에 대해 천착해보지 않은데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는 삼다도’라고 했을 때, 과연 그들은 무엇을 간절히 말하려고 들었을까요?
혜은이가 부른 '감수광'이라는 노래가사는 그 본질을 간파했다는 점에서 탁월합니다. 노래는 ‘바람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 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로 시작합니다. 바람도 있고 돌도 나오고 아가씨도 나옵니다. 그런데 바람과 돌은 팍팍한 제주도의 삶을 보여주는 무대장치의 역할을 할뿐입니다. 찬찬히 읽어보면 그 강조점이 세번째인 아가씨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노래가사는 ‘날 어떡할래?’라고 이어집니다.
‘날 어떡할래’ 유혹.
대체로 여자는 정주성을 의미하고, 이동은 남자의 몫입니다. 귀양이건, 여행이건, 이주를 하건 바람세고 돌이 많은 제주도를 가야만 할 때, 그 발걸음을 어떻게 하면 가볍게 할 수 있을까요?
‘삼다도’라는 말은 바로 이 시점에 탄생하게 됩니다. 그나마 삼다도 삼다도 이렇게 중얼중얼하면서 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작게는 육지남자와 섬처녀 사이에 통혼이나 만남이 이루어지고 큰 틀에서 보면, 중심과 변방 사이에 문명사적 교류가 있게 됩니다.
‘제주도는 삼다도’라는 말은 바로 이런 의미를 띄고 있습니다. 삼다도=여자를 즉각적으로 연상시키게 해줍니다. 해녀가 많니, 남자가 고기잡다가 죽어서 그렇니, 인구통계 해보았더니 여자가 실제로 많니 이렇게 하면 안됩니다. 억지해석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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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남북녀로 돌아와서…..
‘남남북녀’ 역시 남쪽에는 남자가 좋고 북쪽에는 여자가 좋다라는 ‘사실’을 말할까요? 사실 어떤 학자들은 증거를 이리저리 얽어 모아 굳이 이를 증명(?)하기도 했습니다만 이는 꿰어맞추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상은 하 넓어서 우리가 필요한 어떤 것이건 다 제공합니다. 그래서 어떤 말이 먼저 있으면, 생각하는 동물인 인간은 그것들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생긴 말. 남남북녀는 북한여자가 정말 이뻐서 말이 생겼을까요?
남쪽과 북쪽이라 함은 절대적 개념, 장소적 개념으로서 남한과 북한을 말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남쪽과 북쪽은 상대적 의미와 비유적 의미, 두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상대적 개념으로서 남쪽과 북쪽입니다. 예를 들어 골짜기 안에서 나고 자라서 죽었던 예전에는 아랫마을 윗마을을 둘로 나누어 각각의 품성을 일반화해 냅니다.
무엇보다도 남쪽과 북쪽은 중심과 경계를 비유합니다. 보통 한국에서 북쪽은 오지를 의미합니다. ‘문명을 누릴 수 없는’, ‘아무도 가고싶어 하지 않는’ 곳을 말합니다.
아무도 가고싶어 하지 않는 곳을 그냥 방치할 수는 없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남북녀’라는 말이 바로 이래서 나오게 됩니다. 통치 이데올러기라고 할 수 있죠. ‘남남북녀’라는 말의 포인트는 ‘북녀’입니다. ‘남남’은 그냥 댓구 일뿐입니다. ‘북녀’는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그곳으로 유혹하는 미끼입니다. 역시 이동하는 것은 남자의 몫이기에 그러합니다.
‘남남북녀’는 ‘남쪽에는 남자 북쪽에는 여자가 좋다’ 라는 뜻이 아니라, 북쪽하고 여자하고 동일시하게 하는 이미지메이킹의 결과물입니다. 통치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남남북녀’는 오늘날 사라졌을까요?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그 본질은 엄연히 살아 있습니다. 세종시가 바로 그 예입니다.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세종시’에 가도록 어떻게 미끼를 던지고 있을까요? 바로 ‘돈’입니다. 경제적 유인책입니다. 사자성어로 ‘면세혜택’, ‘비용보조’ 등등이라고 하죠^^. 그러나 영 서툴러 보입니다…… 본질을 천착하지 못하기에 그러합니다.
여자와 돈은 이렇게 해서 서로 내포하는 바가 비슷합니다. 명리학에서 여자운하고 금전운을 같이 보는 것 역시 이런 까닭도 있겠죠. 남자를 추동케 하는 힘이라는 점에서.
그러나 여자 운운할 때는 옛날. 지금은 자본주의 시대. 돈이 훨씬 더 강합니다. 북녀를 찾아 북쪽으로 갈 것도 아닙니다.
북녀가 지금 내려오고 있습니다. '남남'이 아니라 '남돈'을 찾아... 한때 북녀를 논했을 때는 멀리멀리 원심을 의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돈은 블랙홀처럼 중심으로 끌어드리고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남남북녀니 삼다도이니 하는 건 어떤 '사실'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어린이에게 ‘참 착하구나’라고 말하는건 착해서(사실)가 아니라 착하게 놀아라는 ‘가치’를 말합니다.많은 경우 말들은 사실을 말한다기보다는 ‘가치’이기 쉽습니다. 존재라기보다는 당위, 규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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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서양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존”을 예로 들어볼까요?
‘아마존’은 과연 무엇이 없는 여자를 말할까요? 라는 퀴즈는 내나마나한 퀴즈입니다.
아마존의 요체는 ‘야호~그곳에는 여자가 있다.’를 말하는 거지, ‘활을 쏘기 위해 한쪽 가슴을 없앤’ 이 아닙니다. 그 여자를 찾아 그 거친 밀림속을 유럽인들은 죽을 똥 살 똥 모르고 탐험을 하게 됩니다. ‘할렘’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할렘이라는 말 때문에 거친 사막을 헤매다가 죽기도 하는 거죠.
이동, 소통, 교류. 전파는 인류사에 보편적입니다. 인류역사 그 자체이고 그 몫은 남자에 의해서입니다. 남자에 의해 쓰여집니다. 어린 소년은 톰소여의 모험과 보물섬을 읽으면서 보이지 않는 그곳을 상상하고, 철들면 꿈과 새로움(황금과 여자로 상징되는)을 찾아 떠나게 된다는 거.
삼다도나 남남북녀나 아마존이나 다 이런 역사의 속내를 말한다는 거.
글을 정리삼아 좀더 고급^^문제를 낸다면, 이렇습니다.
다음중 ‘**부족’ 의 특성을 설명하는 게 아닌 것을 고르시오?
1. 물반 여자반
2. 남자가 바글바글
3. 비행접시로 이동한다.
4. 황금을 마치 조약돌처럼 던져 새를 쫓는다.
여기서 ‘** 부족’이 브라질의 원시부족이건 인도네시아이건 시베리아건 아니면, 문명국이라고 하는 미국이나 영국 할 것 없이 똑같습니다.
답은 문제를 볼 것도 없이 2. ‘남자가 바글바글’입니다. 이런 부족은 없습니다. 남자 탐험가는 이렇게 기술하지 않습니다. 이런 탐험기는 김새서 아무도 안읽습니다.
3번 비행접시나 4번 황금조약돌은? ~~~~ 별 기괴한 이야기이거나 없는 이야기가 아니죠.
이상 남남북녀에 관한 단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