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지대방에서 스님의 글을 읽고 문득 재작년에 읽었던 한용운 스님의 '조선불교유신론'이라는 글이 떠올랐습니다. 불교가 과연 어떤 종교인지에 대해서부터 콕찍어 명확히 밝히는 것부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꼭 100년전에 쓰여진 글인데, 요즘 불교계의 현황에 비추어도 생각해볼 점이 많아 보입니다. 한용운스님의 문체가 아름답기는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요, 그때 당시 읽었던 서문에도 멋진 표현이 있어서 인터넷에서 검색해 올려봅니다. 모쪼록 타는 목마름을 느끼는 많은 사문이 넘쳐나길 고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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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불교유신론-역문
나는 일찌기 우리 불교를 유신 하는 문제의 뜻을 두어 얼마간 가슴속에 성산을 지니고도 있었다. 다만 일이 뜻 같지 않아 당장 세상에서 실천에 옮길 수는 없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시험삼아 한 무형의 불교를 새 세계를 자질구례한 글 속에 나타냄으로써, 스스로 쓸쓸함을 달래고자 한 것뿐이다.
무릇 매화나무를 바라보면서 갈증을 멈추는 것도 양생의 한 방법이긴 할 것인바, 이 논설은 말할 것도 없이 매화나무의 그림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목마름의 '불꽃'이 전신을 이렇게 태우는 바에는, 부득불 이 한 그루 매화나무의 그림자로 만석의 맑은 샘 구실을 시킬 수밖에 없는가 한다.
요즘 불가에서는 가뭄이 매우 심한 터인데, 알지 못하겠다. 우리 승려 동지들도 목마름을 느끼고 있는지. 과연 느끼고 있다면 이 매화나무 그림자로 비쳐 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여섯바라밀다 중 보시가 제일이라고 들었다. 나도 이 매화나무 그림자나마 보시한 공덕으로 지옥쯤은 변하게 될까, 어떨까. 1910년 3월 8밤 저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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