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서 자주 방문하는 카페의 새로 올라온 글을 보다가, 잠시 망설였다가 옮겨 봅니다.
6년전 시골 장터에 갔다가 마주친 강아지를 사다가 키웠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개이름인 아리가 "나에게 이익이 되는 화신"이라는 뜻으로 "아리(我 利)" 라고 이름 지었다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네요.
개인적으로는 일체를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관하고, 일체인연에 감사하고 보은하라는 그 스님의 평소의 가르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사건(?)이 되었네요..
아래에 글을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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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퍼온 글)
아리가 열반에 들었습니다.
오늘 염불전에 들어가 보니 위의 편지가 문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어제 오후에 전해진 것입니다. 어제 오전에는 보지 못했고
오후에 외출을 다녀 늦게 왔기 때문에 미처 보지 못하고 오늘 보았습니다.
편지를 보고 마음이 급했지만, 비가 오는 터라 속히 장화를 신고 큰 그릇을 챙겨서
곧장 조월스님 토굴로 뛰어올라갔습니다.
토굴에 가보니 스님도 누구도 보이지 않았고
마당 가운데 아리만 누워있었습니다. 임종한 지 며칠 된 것 같았습니다.
이미 죽은 모습이지만 마주하니 큰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제는 갈 만한 곳을 다 가보았는데 그곳은 가지 않았습니다.
6년동안 아리 혼자 그곳에 가는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리를 메고 와서 물로 깨끗이 닦고 생각하다가
무량이와 용이에게 주검을 알리기로 하였습니다.
무량이는 밥도 잘 먹지 않고 비가 내리는데도 밤낮으로 대문 쪽만 바라보고 있어서
이제 잊어버리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둘 다 깜짝 놀라더니 조금 있다가는 혀를 대 보고 숙연하게 바라보았습니다.
마지막 하직 인사는 한 것이고 비가 내려도 장사를 치뤄야했습니다.
삽과 곡갱이와 아리를 짊어지고 빗속을 터벅터벅 걸었습니다.
그 옛날 가난한 아들이 늙은 부모 짊어지고 고려장 하러 가던 풍경이 스쳐갔습니다.
아리는 2005년 2월에 태어나 그해 8월에 정토원에 왔습니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화신"이라는 뜻으로 "아리(我 利)" 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6년 동안 아리의 행동을 했습니다.
내가 아미타전 석불을 조성하는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어서 사람이 오지 않는 때,
혹은 새벽과 밤에 불을 켜 놓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리는 낮에도 새벽에도 밤에도 꼭 현장을 지키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산으로 밭으로 언제나 곁에 있었고 추운 겨울에는 내 방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근래에는 바깥 해우소까지 따라와 지키고 앉아 있었습니다.
6년 동안의 불사를 곁에서 말동무가 되어주며 잘 도왔습니다.
아리가 염불전 점안식 법문 때에 큰 소리 친 것은 아마 너무 기뻐서 그랬는가 봅니다.
사람 같으면 60년 쯤 살고 갔습니다.
사랑하고 사랑 받기를 미련없이 했을 것입니다.
왜 죽었는지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의 추측이고 아는 자는 아리 뿐일 것입니다.
세상에 대한 미련이 있었고, 억울한 감정도 있었겠지만
염불소리를 많이 들어서인지 몸이 매우 부드러웠습니다.
언제나 뜰에서 가지런히 앉은 자세대로 곱게 앉혀
사람의 주검을 묻어도 좋을 명당에 북망산 바라보며 편히 쉬게 했습니다.
광명의 세계에 태어났을 것이라 믿습니다.
장사를 마치고 가만히 생각하니
기상이변이나 도처에 인간의 무자비한 행동들을 보면
정토는 다 함께 감득하고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는 땅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각자가 얻은 지혜의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보리심을 일으켜 실천하는 자에게만 정토는 다가 올 것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 온다고 절마다 분주하고 거리마다 연등이 달립니다.
좋은 날이지만 부끄러운 일도 봅니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 을 다시금 새기며 다 함께 봉축 법회를 열고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지혜의 등불을 상징하여 연등은 기쁜 마음으로 평등하게 달 것이지
"등을 켜는 복은 더없이 큽니다"
"우리 절에 봉축법회 하니 이웃과 함께 오십시오"
"이 등은 얼마고, 저 등은 얼마고,
당일등은 얼마고, 일년등은 얼마입니다" 라고 안내문 보내는 등,
부처님과 조사님들이 한심해 하실 일들은 말아야 합니다.
그 누가 타자의 슬픔과 고뇌와 주검을 자기 것으로 다 받아드립니까?
그렇지 못하면 끝없이 겸손해야 합니다.
염불은 자신이 범부임을 자각하고 겸손한 자세로 광명세계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나는 오늘 아리의 주검 앞에 인간의 죄악을 참회하고 사죄하며 염불합니다.
염불인 형제자매 여러분 !
일체가 아미타불 화신입니다.
모든 인연에 감사하고 보은하는 마음으로 사람도 사랑하고
모든 살아 있는 생명도 더불어 사랑합시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