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조금 누그러지면
챙 넓은 모자 눌러쓰고 길다란 면수건 목에 건다
허름한 긴소매 웃도리에
통 넓은 몸빼 바지 갈아입고
새로 장만한 빨간장화에
얇은 장갑 손에 낀채 밭으로 향한다.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이 일상이 된지오래다.
걸릴것 없고 꾸민것 없는 소박한 모습이 좋아
내가 나를 바라보며 웃는다
일 하는데 편하면 그만이지 뭣을 바랄건가?
내 것이 아니면서
내 것이라고 줄 그어 논 법수텃밭
끝이 무디어진 호미자루의 손놀림이 바쁘게 움직인다
정성스레 땅 고르며 씨 뿌렸더니
저마다 쉬지않고 제자리 넓혀가며 잘도 자란다
소복하게 싹을 튀운 상추는 솎아내도 항상 포화 상태다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처음 심은 근대와 강낭콩은 내 자리 있음에 감사한듯
넓은 잎 펼쳐보이고
너무 연해서 풋내 날까 걱정하며 담근 열무김치의
상큼하고 풋풋한 맛이 밭을 일구는 이유가 된듯싶다
뿌린대로 거두는 땅에 감사한다.
나 혼자만 느낄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마음 나누며 웃고 공감하는 도반들과 함께라서
내가 드린 정성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간다
신선하고 부드러운 무공해 채소!!!
나눔의 미학이 아름다운 것을 실천 하고자한다
빨간 장화 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