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책 안 읽는 불교계 설 자리가 없다
기사등록일 [2010년 09월 13일 11:19 월요일]
책은 흔히 혼을 담은 집이라는 뜻에서 ‘혼가(魂家)’로 불린다. 이를 두고 30년간 불서출판에 전념해온 민족사 윤창화 사장은 “책은 글을 쓰는 저자와 출판사, 그리고 독자 이 세 사람이 만들어 가는 지적예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교 출판계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2000년대 들어 연간 300권에서 350여권의 불서가 출간되고 있으나, 빛을 발하는 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말할 것도 없이 저자, 출판사, 독자가 어우러지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를 3자의 공동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혼집을 짓고 만드는 수준은 과거에 비해 높아진 반면, 불서 읽기에 소극적이기만 한 불자들의 수준은 과거나 현재나 별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범종단 차원에서 불서읽기 캠페인이라도 펼쳐야 한다는 말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불서를 외면하고 있는 게 불교계 현주소다.
결국 이러한 불자들의 불서기피 현상이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에서 불서판매대가 퇴출되는 극한 상황을 불러오고 말았다. 물론 매출이 미미한 수준이어서 불가피하다는 교보문고 측 입장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적어도 혼을 불어넣어 만든 ‘혼집(책)’을 단순하게 돈벌이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태도 자체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또한 물질문명에 찌든 현대인들의 빈곤한 마음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야 할 우리사회의 대표 서점이 사회적 공공성을 저버린 채 경제논리만을 강조함으로써 이 사회의 미래를 암담하게 하는 점 역시 비난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보문고에서 불교판매대가 퇴출될 수밖에 없는 빌미를 불교계 스스로가 제공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처럼 불자들이 불서 읽기를 꺼려하는 한 불교는 점점 더 이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보신문
1064호 [2010년 09월 13일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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