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출판계의 큰 별이 졌다. 40여년간 불교출판 외길을 걸어온 이규택〈사진〉 경서원 대표가 지난 4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선의 황금시대> <마음과 몸의 운명> 등 불교출판 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주옥같은 불서를 펴낸 그는 평생 동안 좋은 불서 만드는 일에 몸을 바쳤다. 이 대표는 1965년 처음 불교출판계에 발을 들였다. 고향 경주에서 상경, 한국불교거사림회 간사로 활동하면서 회원들을 위한 법문과 경전을 편집하면서 출판일을 시작했다.
‘선의 황금시대’ 비롯해
불서 450여종 펴내
“한사람이라도 더 불연 깊어지기 바랄 뿐”
지난 2004년 7월 이 대표가 본지에 기고한 글에는 처음 출판일을 했던 당시 상황이 그려져 있다.
“1965년 처음 불교출판계에 발을 내딛을 때만 하더라도 저는 철필(鐵筆)로 꾹꾹 눌러 쓴 원고를 등사기로 복사해서 책을 만들었습니다. 손과 옷이 온통 검정 잉크 범벅이 되었지만 힘든 줄 모르고 일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나온 책을 구하려고 산간오지에서 서울까지 한달음에 올라온 독자들이 있었지요.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새 책을 소중하게 받아들고 환한 웃음을 짓던 모습이 가슴 뭉클했었고 정말 행복했던 때였습니다.”
기고문에는 불교출판계의 총체적 불황에 대한 우려도 명시돼 있다. “아무리 정성을 다해 책을 만들어도 예전만큼 독자들이 보아주지 않으니 적지 않은 실망감이 드는 게 솔직한 요즘 마음입니다. … 불교출판이 ‘양적 팽창’을 ‘질적 고양’으로 승화시키지 못하는 현실도 작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사면초가에 빠진 불교출판이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천수경이나 금강경 등 경전을 찾는 초심자부터 전문적인 학술서적을 찾는 스님과 불자들까지 다양한 독자층이 불서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늘 있다”고 피력했다.
평생 불교책만 바라보고 살아온 이 대표는 “그동안 불교책을 펴내면서 큰돈을 벌어야겠다는 욕심을 낸 적도 그런 기대를 한 적도 없었다”며 “단지 부처님 가르침을 실은 책을 통해 한사람이라도 더 불연이 깊어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1978년 세운 출판사 경서원에서는 30여년 간 450여종의 불서가 만들어졌다.
하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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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2694호/ 2월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