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철. 과메기 이야기 한토막입니다.
겨울 이야기는 자진모리로 후다닥 해치우는 게 아니라 늦장부리는 게 제맛.
변죽만 울리다가 끝에 살짝 어깃장을 부리는, 그래서 겨울글은 끝까지 해야 제맛이라....
주절주절 길게 하오니 이해하시고 설날 잘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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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에 둘둘싸인 과메기.
길거리에 가끔씩 보이는 허접한 과메기 비스무리한 게 아니라
진짜 과메기.
배추에,미역에,파에 둘둘싸여야만 그떄 비로소 먹을만한 과메기가 아니라
진짜 포항 과메기.
초장, 그냥 초장에 찍어먹어도 딱 좋은,
아니 초장에만 살짝 찍어먹어야 비로소 제맛이 새록새록한 그런 과메기.
비린내가 없어 그렇게 초장만 찍어먹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바로 그 과메기
그런 과메기 한묶음.한 사십여마리 될까.
한눈에 보아도 약간 질릴 정도로 푸짐하였다.
회종류는 입에도 안된다는 친구는 일찌감치 한발 물러서고
나도 겁을 내며 스을쩍 손을 내밀어
과메기를 일차시도, 입에 넣으려는 순간 아아....비린내가 살짝 난다.
아,그 비린내.
그렇다고 코끝에서부터 확 달라붙는 비린내가 아니라 살짝.
정말로 살짝,맡으려고 하면 살짝 나는 듯한 비린내.
색채도에서 노란색을 기준으로 하여
노르죽죽한 색이 있고
노르끼리한 색이 있고,그보다 더 옅은 색을
노르스럼한 색이 있다고 한다면
이 비린내도 마찬가지.
비리죽죽한 건 아니고
그렇다고 비리끼리할 정도는 아니고
비리스럼할 듯한 색깔.
냄새에 무감한 사람이라면,비위에 강한 사람이라면 전혀 무시할 수도 있는 냄새.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바다냄새라고도 할 수 있는 냄새
그러나 스무살무렵 처음으로 바닷가에 가 본 사람들이라면,시장통 어물전을 지나갈때의 그 비릿한 냄새.
비리스럼할 뿐인 냄새지만 우리의 상상력은 곧바로 우리가 경험했던 냄새 -비리다-를 떠올린다.
정말이지 비리스럼할 뿐이었는데 말이다.
씹는맛은 이렇다.
물컹한 듯 하면서도 쫄깃쫄깃하다.
비릿하다는 상상이,비리다라는 말로 내뱉는 순간 쫄깃하다기보다는 물컹한 느낌이 강하다.
포항에서는 요즘때라면 과메기라면 사족을 못쓴단다.
포항 사람들은 평소에 김치만 들다가 한겨울 과메기라면 얼굴에 희색이 돈단다.
다음날 아침이면 얼굴에 기름기가 돈단다.
그렇다고 한다.
나야 원래 비위에 약한 사람이지만, 새로운 맛,
특히나 "국내에서 못먹는 음식이 있어서는 안된다"라는 생각을 가진사람이라
한마리,두마리 마리수
그러나 그보다 더 빨리 비워지는 한잔 두잔 세잔 술에
점점 비릿한 맛,물컹한 맛은 사라지고 쫄깃 고소한 맛에 맛들인다.
이때 등장한 명숙.
연신 "진짜 맛있네요..."라면서도 한마리놓고 제사지내는 형국이다.
"진짜 맛있다는 제말은 진짜에요..."라면서도 한마리놓고 발발떤다.
평소에 그녀의 식성답지 않다.
그러면서 자르지 않는 통과메기 묶음을 보면서 말하기를
"이게 똑 어부가 낚시한 고기들을 집으로 가져와 의기양양하게 가족들 앞에 가장행세하는 양 툭 던져놓은 모습같아요"란다.
약간 비리스럼한 냄새를 어쩌지 못하는 사이
손둘대가 없어 한마리,두마리 먹어치웠다.
요즘 식당에서처럼 단정하게 잘린 과메기가 아니라 통과메기를 먹으며
꼬리지러느미를 하나씩 둘씩 앞에 두는게
똑 "술마시면서 술잔수를 꽃가지로 셈하면서 먹는 것 같다" 라며 희언도 하고...
통과메기 중간을 잡으면 뼈없는 과메기가 흐물하다가 이쪽으로 턱 반대쪽으로 휘익 넘어간다.
생선 중간에 잡고 좌우로 흔드는 모습을 상상하면 될거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것을 보니 순간 곧바로 목련꽃이 떠오른다.
목련꽃은 이렇게 핀다.
뾰족,북쪽을 향해 고개를 외로 꼬기만 하다가.
어느날 한순간에 폭팔하듯이 터지듯이 남쪽을 향해.해를 향해
일시에 활짝 피어내는 목련꽃...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 시간이 되어 돌아오는 길.
집앞에 내리는 순간 찬바람을 맞고 그러자 갑자기 트림이 났다.
아아.
물론 그건 비리스럼한 냄새일 뿐이다.
그렇지만 안타까운 나의 상상력이여
비릿한 냄새로 증폭된다.
다시 또 트림이 나올까봐 조심조심,살그머니 걷는다.
아아..
이제 얼굴을 쓰다듬는 내 손길에서도 그 냄새가 살짝 배어난다.
비리스럼한 냄새.
갑자기 얼굴이 가려워 만질까 말까 고민하면서 나의 상상력은 끝간데 없다.
비리스럼한 냄새.
살구비누로 두번세번,손톱사이까지 씼어도 그냄새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이미 사라졌겠지만,
순간순간 확인삼아 손을 코에 갖다만 되어도 냄새가 난다.,
상상력은 이미 형상^^이 되었다.
이런 상상력.
순간 나를 포항 바닷가로 데려간다.
바닷가에 나고 자라,평생 갯것 물것을 보고먹고 자란 포항어부들
그네들이 상상든다.
추운겨울,바닷가에서 물질,그물질하다가 물때가 지나
돌아와 허름한 선술집에서 과메기를 안주삼아 소주를 들이키는 그들.
'장어먹으면 다음날 오줌발이 희끄무레하다는 사람들..
"아무것도 모르는 그 사람들 이야기하지들 말게.
장어를 어찌 과메기에 비할라.
얼리다 녹다 하면서 빠질것은 다빠지고 남을것만 남은 과메기에 어찌 비할라.
나 이거먹으면 안되는데..날 새는데.."
이러면서 손으로 주욱쭉 주욱쭉 과메기를 찢어먹으며 술잔 들이키고.
그러다가 때되어 아니 때늦어 집으로 향하는 길.
진작부터 과메기 꼬리에 맛들인 동네개들이 먼저 냄새맡고 환장을 해대는 동네에 들면 집집마다 방방마다 내 낭군일까 하며 주섬주섬 얼굴 매만지던 아낙들..
씻어도 씻어도 씻기지 않는 냄새인데.
이미 몸에,굵은 지문사이에 때낀 손톱사이에 지울수 없는 과메기 냄새로 들어서는 남정네.
일상의 노동에서 진득하게 몸에 익은 냄새.
그리고 술냄새.바다냄새.비린냄새.
비누냄새가 남자냄새인줄 아는 도시남자의 풋냄새가 아니다.
남정네의 손길이 얼굴에 닿을 때.
그 안사람은 비린냄새 너머로 바다냄새.
한번도 가보지 못한 넓은 바다를 간 듯하다.
해변가에 들썩날썩하며 깐죽이기만 하는 파도가 아니라
가도가도 끝없는 바다.
풍덩 바다속을 넘나든다.
하늘하늘 해초와 유유한 몸짓을 하는 물고기 사이로 유영하게 한다.
남정네의 냄새는 끝간데 없이 몰고 간다.
세상 볼 것 들을 것. 기쁠 것이 바다속보다 더할라.
남자의 손길은 한번도 보지 못한 집채보다 더 큰 고래의 지느러미마냥 부드럽다.
남자의 냄새는 넘어도 넘어도 다 못넘을 인생고개길을 위무해주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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