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읽을거리를 찾아 선반에서 기독교 전도지를 꺼집어 내려서 읽다가,
'십자가에 못박히신'이라는 구절에서 문득 아래와 같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ㅁ 예수님과 부처님의 마지막 순간.
ㅁ 왜 부처님은 마지막 탁발하시면서 '상한' '돼지고기'를 알면서도 드셨을까요?
어쩌면, 부처님께서 마지막 공양을 하시는 순간이 제일 거룩한 가르침. 아름다운 장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분입니다.
그 처참한 전후 대소사는 기독교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익히 잘 아는 바입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
로마시대때, 십자가형은 두가지가 있었습니다.
못박거나 매달거나.....
통념상 못박힌 십자가형이 더 힘들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예수사후 이천년동안 교회는 '못박히신'이라고 강설합니다.
그러나 십자가에 매다는 게 더 중형이라고 합니다.
양손과 양발에 못을 박아 세워놓으면, 피가 쏟아져 한나절 안에 평온하게(?) 목숨이 다하지만,
그냥 밧줄로 묶은다음 매달아 놓으면 차마 눈뜨고 못볼 상황이 연출된다고 합니다.
낮에는 더위에 갈증에 밤에는 추위에, 피는 아래로 쏠리고 밧줄은 손목을 파고 들고...
이렇게 이틀 사흘동안 갖가지 고통에 시달리며 울부짖다가 점차로 기력이 쇠진하여 마지막까지 단말마의 고통에 시달리다 죽음에 이른다네요.
그래서 십자가에 매달린 이들이 내지르는 비명을 참지 못하거나 또는 측은히 여기는 병사가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창으로 허벅지를 찔러 피를 흘리게도 합니다.
아마도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려서 돌아갔을 겁니다.
저는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전제로 예수를 짜맞추어 접근하는 방식에는 별로 감동이 없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에 매달려서 '고통'속에 "주여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라고 절규하는
33살 젊은 예수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며 예수의 통생애를 되돌아 보면 가슴이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몸을 지닌 예수가 품었든 뜻의 진지함과 치열한 구도과정에 공감을 하게 합니다.
그래서 (구약성서 말고) 신약성서를 꼼꼼히 읽어볼 마음을 품게 합니다.
예수님의 마지막처럼 부처님의 마지막도 극적입니다.
-------------
부처님의 일화는 거의가 주인공이 당연하게도 부처님입니다.
그러나, '빈자의 일등'은 가난한 여인이 주역입니다.
깨달은 이를 찬탄하고 싶으나 가난해서 겨우 밝힌 등은 후오백세가 되도록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같이 보잘것 없는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또다른 드라마틱한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부처님의 마지막 탁발 이야기입니다.
기독교를 믿는 친구들이 은근설쩍,
'(채식을 강조한) 부처님이 정작 당신은 돼지고기 드시고 돌아가셔싸며?'라는 질문을 던질 때가 있습니다.
그 의도가 충분히 짐작됩니다.
부처님의 이 마지막 탁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명이 있어옵니다.
ㅁ 비슷한 발음이라 오해할 수도 있지만 돼지고기가 아니라 돼지버섯이다.
ㅁ 오늘날 전습된 거와 달리, 부처님 당대에 육식을 금하지 않으셨다.
ㅁ 이미 모든게 예정되어 있었다.
ㅁ 등등.....
저는 싯다르타의 태어남과 마찬가지로 돌아가실 때의 상황도 '해석'의 대상이지,
규명을 요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따라서, 돼지버섯이라거나, 이미 예정되어 있었거나, 원래 가르침이 어떠했다거나 하는
설명 또는 변명(?) 또는 합리화(?)등의 외양을 띠는 규명은 그럴듯 하긴 하지만
별로 시사하는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빈자의 일등'처럼 부처님의 마지막 탁발은 참으로 아름다운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집에서 나서 집에서 먹고 집과 가족을 벗어나지 못하는 젊고 가난한 대장장이 춘다입니다.
어느날 춘다는 부처님께서 그의 동네로 탁발을 나올거라는 것과
깨달은 이를 공양하는 것은 참으로 큰 공덕과 과보가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이윽고 팔십노구를 이끌고 부처님과 제자들이 그의 집앞에 다다릅니다.
무식하기에 부처님께서 육식을 하시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고,
가난하기에 그에게는 돼지고기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돼지고기는 보관방식때문에 당연하게도(!) 부패과정에 있습니다.
그정도의 부패한 돼지고기는 춘다의 가족에게 못먹을 거나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적인 거고요.
춘다는 감히 눈도 못맞추고 부처님께 그 돼지고기를 요리하여 올립니다.
경전에는 차마 제자들이 식중독에 걸릴까봐 부처님께서 혼자 드셨다고 하지만,
부처님에게 올리지 않았다면, 가난한 춘다의 일가족이 나눠 먹기에도 적은 양이었을 겁니다.
춘다의 어린 자식들의 똘망똘망한 눈빛을 받으며,
부처님은 온화한 얼굴로 '상한 돼지고기'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공양을 받아 달게 드십니다.
부처님께서 그 음식을 왜 내치지 않고 드셨을까요?
저는 부처님께서 '몸'으로 보여주신 마지막 가르침이라고 봅니다.
육식이니 채식이니 하는 것보다 더 상위규범을 보여주신 것 아닐까요?
분소의를 걸치고 걸식으로 주린 배를 채워야 할 수행자의 자세 말입니다.
탁발하는 자가 분별심으로 음식을 가리기 시작하면 그 나중이 어떻게 될지 아신거죠.
이런 관점으로 보면, 부처님의 마지막 탁발이 말없이, 행으로 보여주신 거룩한 가르침입니다.
영화로 치자면 제일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까요?
일등을 켜서 바친 빈자처럼 가난한 춘다가 오롯한 마음으로 공양을 올리고...
부처님께서 침묵속에 몸으로 보여주신 가르침.......
이제 육신은 이미 쇄한 부처님은 식중독에 걸려 고통을 받아 돌아가십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제자들이 춘다를 괴롭힐까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만약 춘다가 자기가 바친 공양으로 성자가 세상을 떠났다면서 고통속에 자책을 하지 않도록 위로하라.
부처의 일생에 특히 식사 두번의 공덕과 과보가 크다.
첫째는 깨달음을 얻기 전에. 그리고 열반에 들기 전에.
춘다는 부처에게 훌륭한 일을 했기에 이생에서나 저생에서나 행복받고 축복받을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춘다는 심정이 어떠했을까요?
------------
마지막 만찬에서 예수는 수제자인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오늘 저녁 새벽이 오기전에 나를 세번 부인할 것이다.'
베드로는 이말을 듣고 정색하고 절대로 그럴 일이 없을 거라며 극구 부인합니다.
그러나, 로마병사앞에 그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예수를 세번 부인합니다.
그러고는 새벽녘 닭이 울자, 비로소 예수님의 예언이 떠올라 밖에 나가 심히 통곡합니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에서 이부분에서 바이얼린은 마치 찢어질듯한 그의 심정을 대변할듯이 할퀴어대는 가운데
베드로는 하느님께 '나를 죽여주소서"라고 자학을 하는 대신,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며 비통에 잠겨 울부짖습니다.
아 나의 하느님이여
나의 눈물로 보아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 앞에서 애통하게 우는 나의 아음과 눈동자를
주여 보시옵소서 불쌍히 여기소서.
나약한 인간이 하느님의 자비를 간구하는 이 부분을 들을 때 전율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
우리의 주인공 춘다역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아무리 부처님의 말씀이 계셨지만, 제자들이 춘다에게 원망섞인 눈빛을 보냈을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속에 과보와 공덕은 커녕 부처님을 돌아가시게 만들었다면서
춘다가 느꼈을 슬픔과 죄책감과 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는 아마 무릎을 꿇고 '부처님이시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말했을 겁니다.
사라수 두나무가 때가 아닌데도 꽃이 만발하여 여래의 몸위에 꽃을 비처럼 뿌리고.
인드라 신의 천국의 나무에서 천상의 꽃이 공중으로 펄펄 떨어져 여래에게 참배하고
천상의 백단향의 향기는 공중에 가득 차서 여래의 몸을 감싸고
하늘높이 천상의 현악과 노래소리가 울려 펴져 여래를 예배하고 예찬하는 광경은
춘다의 슬픔을 더욱 배가시키는 배경이 됩니다....
춘다는 비통에 사로잡혀
"자비하신 부처님이시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흐느껴 웁니다....
우리의 부처님께서 자비로워야 하는건 인간의 근원적인 나약함, 어쩔 수 없는 슬픔때문이라고 봅니다.
컷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