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 오래전에 수업시간에 들었던 유머인데, 부처님 오신날 문득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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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륙을 대표하는 어느 반(反)주류 경제학자가 하버드대에 초빙되어 갔다고 합니다.
사상은 심오하되, 강의는 무료하기만 했던 첫학기가 끝나고 학점을 매겼는데
모든 학생들에게 A를 주었습니다.
그러자 조교가 하도 궁금해서 은근히 유도질문을 던졌습니다.
- A, B, C 등은 수업도 충실하고 시험도 잘보았는데 A학점을 주셨네요....
선생이 답하기를,
- They deserve it. (그들은 A학점을 받을 만 하지 않나...)
이 대답을 듣자마자 곧바로,
- 그렇다면 왜 O, P, Q 등은수업참가도 적고 시험도 못보았는데 왜 A학점을 주셨나요?
_ They need it. (그들은 A학점을 필요로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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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 법회때, 잠간 연등 접수하는 곳에 있었습니다.
아다시피 수많은 이들이 한결같은 '발원'들을 적습니다.
부와 명예, 자식공부 건강 등 세간에서 욕망하는 것들입니다.
전생의 공덕이건 현세에 알게모르게 지은 복에서건
이런 것들을 받을 만한(deserve) 자격을 갖춘 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이건 안타깝게도 그런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더 많습니다.
'빈부의 양극화'라는 말도 이를 예증합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부처님의 자비를 간절히 필요(need)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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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이들이 부처님에게 복을 빌다보니
부처님이 얼마나 피로할까 하는 이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을 향한 한국 기독교인들의 행태 역시 마찬가지이죠.
그러나, 그때 문득.
못가진 우리( those in need )를 긍휼이 여기거나, 자비를 베푸사 '복'을 주시지 않는.
다시말해, '기복 종교' 밖에 또 어떤 거룩한(?) 종교가 있을까라는
얕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수행불교에서 말하는 고차원적인 세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말이죠.
얕은 생각은 더욱더 얕아져서...
부처님 당대에야 그분과 함께 할 수 있기에(deserve)
'스스로' '지혜'의 길을 가고자 하는 청정 수행자들이 <장로게경><장로니게경>에서처럼
일체미진수였습니다.
그러나, 부처님 사후에는 불보살의 '자비'가 강조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함께 하지 못하는 후세인들에게는 그래서, '대승불교', '보살불교'가
필요(need)했던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얕은 생각은 더욱더 얕아져서...
'성(成)불하십시오"라는 관행적인 인사말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조금더 세련된 방식의 '행(行)불하십시오'라는 것도 마찬가지이고요.
대신에,
'Friend in need, 여불(與佛)하십시오(그대여 부처님께서(부처님의 가피가) 그대와 함께 하길 바랍니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스페인어로 헤어질 때 인사말인
바야 콘 디오스(Vaya con dios)는 원래 '신(Dios)과 함께(con) 가라(Vaya)'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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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강남역에서 논현역에는 차가 막혔는데,
이유인즉 강남지역 사찰암자에서 연등제를 벌이고 있더군요.
뭐랄까, 부처님의 자비로움이 가슴속에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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