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사들의 글에는 "어려서 빈한한 집안에 태어났지만, 십리, 이십리길을 걸어
학교에 다니며 향학열을 불태웠다."라고 회상하는 구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진실일 겁니다^^그러나 진실은 진실이되 반쪽의 진실일 뿐입니다.
아래는 그 나머지 반쪽 이야기, '맥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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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현재적 관점으로 과거를 바라보기 쉽습니다. 예전에도 똑같았으리라는.과연 그럴까요?
지금 우리가 보편적으로 그리고 있는 시가지들은.
그러니까 시청이 있고. 각급 학교가 있고. 시장이 있고,
다방과 서점 등이 경향각지 어디라 할 것 없이 하나도 빠짐없이 똑같은 모습들입니다.
그러나 , 이러한 '실재'들은 모두 일제때(일제가) 도입한 '근대의 풍경'들입니다.
그 이전, 조선시대때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시내(읍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기껏 동헌이나 덩그러니 있었을 뿐입니다.
농업사회에서는 소작농, 농민들이 시내에 거주할 이유가 전혀 없었죠.
게다가 조선시대때는 정부파견 관리인 부사현감등보다 지역토호세력인 양반가들이 현실적인 세력을 갖고 있었죠.
각종 증명서도 없던 시절이라 관청에 갈일이라고는 가을에 세금으로 쌀을 공출할 때 뿐.
자연이 허락하는 대로 일군 논밭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 살았습니다.
옹기장수 생선장수들은 등짐봇짐을 메고 마을마다 돌아다녔고요.
전복거사에 의하면, 제일 번성했을 때 일개 섬인 완도 섬주민들이 15만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종순종때 서울 인구가 기껏 20만명 정도였으니( 그나마 왕족과 사대부 중인들
그리고 시전 상인들과 노비들 중심) 각급 지자체들의 규모는 안보아도 뻔합니다.
유치환 시에서 그러하듯, "우체국 앞에서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부치는 낭만도 그때 이야기요."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윤초시네 손녀딸이 서울에서 내려오는 것도 일제때 이야기입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무렵의 로맨틱한 장날 이야기도 일제 때이기 쉽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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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는 근대의 표상으로 학교. 각급 관공서 시장. 점포 등을 갖춘 시가지를 건설합니다.
그리고 법규만이 아닌 실생활에서도 반상의 차이를 혁파합니다.
기차간에도 양반칸서민칸을 분리하지 않고, 노역에 면제되었던 양반들도 부역을 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신분이 아니라 '학문'이 출세의 수단으로 되었고.
따라서 산간벽지의 무지렁이 사회에도 '이전에 없었던' 향학열이 불타오릅니다.
훈장을 초빙해서 마을마다 있었던 서당은 학동의 감소로 점점 사라지고,
근대학문을 가르치는 학교들이 시내 중심가에 세워집니다.
따라서 배우고자 하면, 어쩔 수없이 십리 이십리를 걸어 읍내(면내) 학교에 갈 수 밖에 없던거죠.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초동들은 시내가 아니라 변두리 곳곳에 산재해서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일제를 거치고 해방을 이루면서 읍내에 사람들이 모여살게 됩니다.
향학열에 불탄 어린이였건 억지로 대문밖으로 내밀린 아이건
모두 이른 아침 이슬에 바지춤을 적셔가며 학교에 갔습니다.
개천에서 성공한 이들에겐 남다른 유년의 기억이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던 거죠.
이게 그 나머지 반쪽의 진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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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1.
으당 그러했던 것이 세월이 흘러 예외적인 것처럼 포장되는 게,
일개인에 의해 재해석되는 자기만의 인생입니다.
요즘 커가는 아이들은 먼훗날 자기의 어린 시절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태어나기전부터 태교받으랴. 걷기전부터 영어 교습이니, 학교 다닐때는 고액과외하랴..
이런 걸 소상히 기억하거나 기록할까요?
아닙니다. 글을 쓰는 방식은, 기억하는 방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체로 이럴 겁니다.
"어려서, 해외 여행을 자주 시켜준 부모님 덕분에, 세상 넓은 줄 알아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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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2.
예전 일이십리 걸어다니며, 무학인 부모님으로부터는 가갸거겨도 못배웠던,
성공한 이들을 보면, 태어나면서부터 공부에 대한 '근기'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 5년 선배중에는 한 반에서 자그마치! '서울대 의대'에만 3명이 합격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날, 서울에서 박터지게 과외나 학원을 전전하는 학생들 중에도 별다른 소식이 없는 걸 보고,
동수거사가 근무하는 특목고인 성남 외국어고등학교도 기껏해서 다섯명이 서울대에 갔다는 걸 보면. 공부할 복은 타고 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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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3
금강산에는 조선말에도 엄청난 수의 사찰이 있었고, 전국 곳곳에는
차를 타고도 굽이굽이 한참 들어가는 깊은 계곡에 있는 사찰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유지되었을까 궁금해하는 이 많습니다.
그 당시에는 사찰들 역시 지금하고 전혀 다른 세상이었을 겁니다.
절아래 사하촌으로도 충분히 유지되는 그랬을 겁니다.
서울에서 신도가 내려오지 않아도, 읍내에서 일삼아(?) 절을 찾지 않아도 유지되는...
십리안에 일상으르도 충분했던 시대.
백리밖의 통교는 사대부들에게나 필요했던 그런시대에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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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 준비로 여념이 없을 때에,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 하나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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