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사무실 망년회 겸해서 뮤지컬 영웅을 관람했습니다.
여기서 영웅은 도마 안중근의사입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연을 보면서 줄곧 편치않은 마음으로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예상되었기에 하필이면 왜 영웅을 택했는지 개인적으론 좀 불만이었죠. 그렇다고 빠질 수는 없는지라...
공연 막바지에 안중근의사가 형장에 가는 날 아침 형무소 간수에게 전했다는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의 유묵을 보고 참 슬펐습니다. 현 정부 초대 국방부장관부터 현재 국방부장관들이 내뱉은 무개념 발언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선제공격도 할 수 있다. 북한도발에 단순 응징차원을 넘어설 수 있다....등등
이보다 더 공포스러울수가 일을까요. 도대체 무인의 최고지위에 있는 그들이 손자병법의 서론부분이라도 읽은 사람인지 의문입니다. 그들의 전쟁에 대한 인식이 이토록 가볍다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로 우리는 남한과 북한 양쪽에서 가중되는 전쟁의 위협속에 살고있는 셈인데, 여론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네요.
그리고 안중근의사의 슬픈 직계가족사가 떠올라 더욱 불편했습니다. 2남1녀의 자손 중 큰아들은 일제에 의해 독살, 작은 아들은 익히 알려진 대로 친일에 이용되고, 딸과 아내도~~~
그 증손자는 외동아들인데 현재 미국적자이고 뒤늦게 증조할아버지의 존재를 알고 나름 개인적으로 자료를 수집하며 관심을 갖는다는 기사도 본적있고요,,
그래서인지 안중근의사가 새삼 언론의 주목을 받는 작금의 상황이 별로 좋게 인식되진 않습니다. 저마다 자신들의 이해에 맞게 안중근의사를 거들먹거리고 있으니까요.
제발,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치우지 않을 수 없게끔 사회적, 문화적 인프라가 구축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쌀 때 싸더라도 신중할 테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이 따를거라는 것을 고려할 테고요.
언젠가 김용옥교수가 모 사찰에서 초청법문할 때에 우리나라는 아직 해방이 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일제의 억압적인 통치하에서 많은 국민들이 결국에는 우리집 울타리 밖의 일, 우리 가족 밖의 일에 관심 갖는 일은 곧 고통과 탄압을 수반하므로, 우리 가족, 우리 가문으로 더욱 관심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그때까지의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 가치, 보편적 가치를 상실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태를 바로잡지 않고는 결코 해방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는 어느 네티즌을 글도 공연 중에 줄 곧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써놓고 보니 참 두서 없네요.
스님말씀대로 짧지도 않고, 명료하지도 않고, 더구나 그림 같지도 않으니.
애고 수정이고 뭐고 그만두고 점심먹으러 가야지...죄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