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제는 음력 구월 초하루
보슬비가 내린다.
법회에 참석하고
108사 순례단 기념식수식에 참석
다행이도 비가 그쳐
순조롭게 행사를 치루고 기념촬영도 했다.
선학원 기자를 태우고
회사로 차를 몰고 가는데 ...
문덕 아래 구절이 떠올라 올려본다.
=== 바 람 ===
세월만 바람인 줄 알았는데
나도 바람이었구나
구름만 바람에 밀려가는줄 알았는데
인생도 그렇게 떠밀려가는구나
그렇게 저렇게
멋적게 사라질 흔적들아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들아
무엇으로 버티고 있는감
바람도 미련도 아닌 것들아
무엇이 그렇게도 두려운가
슬픔도 기쁨도 아닌 것들아
무엇이 그다지도 아쉬운가
흐르는 강물도
일렁이는 파도도
기억에서 지우리라
새벽잠 깨어나 외로움에
휩싸일 적에
나는 한홉 바람었음을 상기하리. / 무망(無網)
경허스님 밑에 만공, 임제, 수월 세 제자 스님이 있었습니다.
만공 스님은 “숭늉 그릇이라고도 하지 말고, 숭늉 그릇이
아니라고도 하지 마라”는 수월 앞에서 그릇을 깨버렸습니다.
사실 무엇을 깬 걸까요.
‘수월의 기준’ ‘수월의 잣대’ ‘수월의 무대’를 깨버린 겁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새로운 차원, 새로운 무대가 펼쳐집니다.
숭늉 그릇을 깨버리는 순간, 수월이 제시한 절벽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에도 ‘숭늉 그릇’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내가 만든 기준’‘내가 만든 잣대’입니다.
그래서 가톨릭에선 “내 탓이오!”라며 가슴을 치는 겁니다.
‘나’가 있어서, ‘나’로 인해 절벽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한때 선(禪)불교에 심취했습니다.
그도 선문답 속의 ‘숭늉 그릇’을 들고 적잖이 고민했을 겁니다. 결국
잡스는 나름의 그릇을 깨고 스마트 폰이란 새로운 무대를 열었습니다.
삶에서 우리는 각자의 ‘절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떡하실 건가요. 그걸 뛰어넘고 싶으세요?
그렇다면 그 물음을 던진 임제 선사를 ‘팍!’ 하고 밀쳐버리세요.
그 순간, 절벽은 사라져버립니다.
임제 스님이 만든 기준, 임제가 만든 절벽이 없어집니다.
바로 그때 차원이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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