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신도 호칭 ‘거사’로 통일해야 ...
‘재가열전’ 기획을 맡아 취재하다보니 호칭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여자신도의 경우 ‘보살’이라는 칭호가 일반적이지만 남자신도의 경우에는 혼란의 여지가 있다. 대체로 남자신도를 부를 때는 처사(處士)나 거사(居士)라는 호칭이 혼용되는데, 낮추어 부르면 처사라고 하고, 비교적 높여 부를 때는 거사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이다.
처사나 거사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 밖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묻혀 사는 선비’ ‘학문과 덕망을 갖춘 사람’을 가리키는 존칭이다. 그러나 거사와 처사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우선 처사는 산림처사라고도 하는데 유교에서 재야에 묻혀 학문과 도덕에 힘쓸 뿐 벼슬에 나가지 않는 선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이 어느 때부터 불교에서 재가의 남자신도를 부르는 명칭으로 사용되고 마치 불교용어처럼 정착된 것이다.
이에 반해 거사는 재가의 남자로 계를 받고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초기불교에서는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등 사부대중 중 우바새가 여기에 해당한다. 대승불교 이후에는 출가를 하지 않았지만 불도에 정진하는 수행자로,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자 또는 세속 생활에 종사하면서 수행에 힘쓰는 재가 남자 수행자를 일컫는 말이 됐다. 〈유마의기〉에는 거사를 자산이 많은 거재지사(居財之士)로 승가를 외호하는 사람과 또 다른 하나는 집에 있으면서 수행하는 사람 두 종류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거사와 처사라는 말은 서로 다른 종교적인 배경을 갖고 있으며, ‘수행자’와 ‘은둔자’ 같은 의미의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이런 점들을 살펴보면 남자신도를 부르는 호칭은 ‘처사’보다 ‘거사’라고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현경 기자 3Deonaldo@ibulgyo.com">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 2097호/ 1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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