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가다보면
산중에 아늑하게 깃들어 사는 듯한 절이 있습니다.
반면에 절이 턱허니 있고, 그 뒤를 외호하듯 산이 있는 듯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수종사가, 운길산이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수종사 마당에서 절을 우러러보고 아래로 양수(두물머리)를 내려다볼때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절로 오르는 길이 우리가 잘아는, 산을 파헤쳐 깔은 팍팍한 시멘트길이라
그러합니다.
많은 자가용들과 <운길산 수종사>라고 적혀있는 봉고차가 연신 오르내립니다.
득달같이 달려와 쏜살같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산에 든다"나 "입산한다"라는 말이 "절에 간다"라는 말과 다름이 아닌 곳이
이 곳 수종사(또는 운길산의 풍경)입니다.
그런데 시멘트길을 냄으로써 그만, 산따로 절따로가 된 격인 듯 합니다.
수종사가 산에 세들어 사는 것만 같습니다.
절앞까지 일주대로를 만드는 바람에 거친 번뇌가 잦아들지 않고 고스란히 일주문까지 따라옵니다.
앞으로 <설악산 봉정암>이라고 적혀있는 헬기가 등장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을 듯 합니다.
또하나 아쉬운 점은 수종사 은행나무입니다.
옛분들이 이 곳에 절을 한칸 세웠을 때는 한칸을 세울 이유가 있었을 듯 합니다.
세간을 줄이고 풍치를 늘리려는 거겠죠.
한칸한칸 내어달고 따로 내는 바람에 제가 이미 듣고 있었던
500년된 수종사 은행나무가 해우소 옆에서 고생을 하고 있었던 것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들은 단박에 상쇄가 됩니다.
절 마당에서 저아래로 시선을 두자마자 탄식처럼 "아아~"가 입밖에 나옵니다.
산은 낮되 두 강물이 유장하게 흐려며 합쳐지는 걸 보는 조망의 즐거움이 결코 낮지가 않습니다.
아래를 내다보면서 차를 마시면 주고받는 말들도 우려나오는 말들이 어울립니다.
강물은 천천히 흘러갑니다.
그래서 이 곳에 명리를 쫓아서는 오지 않을 많은 선인-율곡선생,정약용선생등등-들이
차한잔 마주하고 다담을 나누려
서울에서 그 먼길을 허위 달려와서, 또 산길을 걸어 올라 왔던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의 그많은 시문들이 남아있는 이유인가 봅니다.
(법수선원에서 왔다길래 우리에게 그 시문집을 두권이나 그냥 주셨습니다.)
저야 그냥 "아아..좋다..참 좋네요.."라고 밖에 말못하지만
많은 시문들이 남아있는 이유는 수종사에 서보아야만 알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걸어서^^ 올라가야 마음에 더 오래 담겨 있을 것 같습니다.
""""""""""""""
처음으로 법수산악회에 참가하였습니다.
활짝 웃음과 즐거운 대화,푸짐한 먹을거리는 참 좋았습니다.
지수,성준이 등 어린친구들의 엄살을 들을까 했는데 되려 앞장서서 걷는 뒷모습이 당당해보였습니다.~~
그 감사함을 이렇게 늦게나마 산행기(?)로 대신합니다~~
** 주말엔 교통체증이 있지만 주중에 드라이버삼아라도 가면 참 좋을 듯 합니다.
(시멘트길 흉을 보면서도^^ 벌써 다음에 다시 오고 싶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