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주차중 사고를 내서 40여만원 수리비로 날리더니,
어제는 오후 8시경 퇴근을 앞두고 인터넷으로 불교방송에서 무진장스님의 금강경강의 법문을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내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어요.
딸아이(5세)가 일찍 자러들어가더니 얼마 안았어 괴성이 났답니다. 그래 침대에 가보니 눈동자가 뒤집혀 경련하더니 이내 의식을 잃어, 급히 삼성의료원응급실로 택시로 가는 중이라고...
황당....당혹....
금년 5월에는 플라스틱 병뚜겅을 삼켜 기도가 막히는것 같아 역시 삼성의료원응급실에서 응급조치받고 살았었는데..이번에는 발작에 의식불명이랍니다......
낯모를 기사를 총알택시로 둡갑시켜 응급실에 도착하니 다행이 의식은 회복하고 울고 있더라고요.
그 후로 여느 응급실의 상황에서처럼 환자의 권리를 무시당한채 그저 굽신거리며 새벽 2시까지 있다가 겨우 애원끝에 각서쓰고 집에 돌아오니 2시 반...
서설이 너무 길었죠?
금강경을 독송하면서도 아상, 인상,중생상,수자상의 네가지 상을 여의라는 가르침에 나름대로 이해하려 애썼는데요...
온갖수모 겪은 끝에 집에와서 자기전에 문득 드는 생각이, 그동안 개념적으로 새겨왔던, 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아상'과 '인상'의 의미가....머랄까 ... 아 이런것이구나....정말로 뿌리깊은 것이구나..그 독성이 이렇게 엄청만난 것이구나...
소위 의학전문가라는 사람에 대해 아이의 응급상황에 대한 질문하나 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그로부터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그렇게 험난한 것인 줄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어제 제가 응급실에서 본 전문가는 이세상에서 자기가 아는 것이 최신식의 의료지식이며, 기타 선배의원들은 타성에 젖어 관행적 진료에 머무는 신지식쌓기에 게으로 자로 규정해버리는 머랄까 울트라인턴이었습니다. 아주 최신 임상을 못해 안달해하는...
바로 그 사람으로부터 비유맞추며 제아이빼내느라 4시간동안 정말 고생했어요...
그 사람에게 회복해 펄펄나는 '백비'이야기 해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 사람에게 감사하고 있어요(정말로_ 왜냐하면 아상, 인상에 대해 직접 맛보라고 입안으로 넣어줬거든요). 그리고 축원도 해 주었어요..
울트라인턴이기전에 인간(아니면 최소한 환자)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치료는 결코 의사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본인과 의사와, 그리고 환자의 가족들과의 신뢰속에서 훨씬 그 효과가 크다고...
앞으로 그런 의사가 될 거라고.....
어째튼, 이제부터 금강경 독송중에 아상, 인상을 새기는 부분에서는 분명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아참, 딸아이는 다음날 전문의 진찰받고 그 울트라인턴의 주장과 달리, 아둔한(?) 엄미, 아삐의 예상대로의 진단이 나와 일반처방받고 잘 놀고있습니다...하마터면 마루타 될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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