끽다거(喫茶去)~ 끽다거~
@IMG1@종심선사(778~897)가 한 승려에게 물었다.
"여기에 처음 왔는가? 아니면 온 적이 있는가?"
"온 적이 있습니다."
"끽다거"
종심선사가 다른 승려에게 물었다.
"여기에 처음 왔는가? 아니면 온적이 있는가?"
"온적이 없습니다"
"끽다거"
"선사님! 왜 온 적이 있다 해도 '끽다거'라 하고, 온 적이 없다고 해도 '끽다거'라고 하십니까?"
"끽다거"
종심선사는 조주(趙州)지방의 관음사에 살았다 하여 '조주'라고 불리워지기도 했고 조로(趙老) 또는 조씨(趙氏)라고 불렸던 당나라의 유명한 선승이다. 위에 인용한 이야기는 조주의 '끽다화두'라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조주다는 조주의 선다(禪茶)라는 뜻으로 조주선, 조로풍, 조주다풍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조주다란 말은 고려중엽 진각국사 혜심(1178~1234)의 '차 끓이는 샘물'이라는 글에 처음 나온다. 진각국사 혜심은 '차를 끓여 마신 후의 상쾌함이란 쉽게 얻어지기 어려우니, 몸소 조주선을 시행해보네' 라고 하여 차를 마시고 선을 수행하는 것을 '조주선'이라 했다고 한다.
조계산 선암사 주지로 있는 지허스님의 우리 차 이야기 <지허스님의 차>가 김영사에서 나왔다. <지허스님의 차>는 선암사 5000여 평 규모의 차밭에서 50여 년 동안 우리 자생 차를 기르고 보호해 온 지허스님이 그동안 차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아 우리 고유의 차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책이다.
<지허스님의 차>는 그동안 일본차인 녹차를 우리의 전통 차로 착각하고 마시는 사람들의 바보스런 짓거리에 주장자를 쿵, 하고 내려친다. 또한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해주지 않았던 우리 차의 유래, 차나무와 차나무 종류, 찻잎 따기, 자생차 만들기, 우리 차의 종류에 이어 우리 차를 달이고 마시는 법과 그 효능까지를 경전 속의 글자를 찾아내는 것처럼 꼼꼼하게 짚어낸다.
"우리 차는 향·맛부터 다르지" 라는 지허스님의 말처럼 이 책 곳곳에서는 숭늉빛 구수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활자들이 까만 눈알을 두리번거리며 지허스님이 손수 차를 따고 만드는 과정에 대해 일일이 들추어 낸다. 좋은 차를 만드는 데에는 오로지 정성이 최고의 밑거름이라고 말하면서.
전남 순천시 승주군 조계산에 자리잡고 있는 선암사는 신라 진흥왕 3년(542년)에 세워진 사찰로 태고종의 본산이다. 특히 여기에 있는 5000여 평 규모의 칠전선원 차밭은 자생 차밭으로는 우리나라 최대의 차나무밭이다. 14세에 출가한 지허 스님은 이곳에서 50여년 동안 차밭을 가꾸고 차를 만들며 다례를 올리는 일을 해왔다
지허 스님이 차를 만드는 방법은 티백을 끓는 물에 담그는 것처럼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또 가을에 새잎을 따서 만드는 차와 겨울에 묵은 잎을 따서 만드는 차는 그 맛이 다르다고 한다. 지허스님은 이곳에서 찻잎을 따서 무쇠솥에서 8~12번을 덖은 뒤 멍석 위에서 조심스럽게 비빈다. 그래야 좋은 향과 구수한 맛을 품게 된단다.
우리 차를 '덖음 차'라고 부르는 것도 이처럼 무쇠솥에서 수없이 덖어내기 때문이란다. 이 책에서 지허스님은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과 편안함에 대한 추구가 결국 우리 차의 쇠퇴를 불러왔다고 한다. 또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이 심은 일본 차나무(야부다기 종)를 대기업들이 우리 차로 착각하고 대량 생산하는 바람에 우리 자생 차 본래의 맛과 향이 사라지고 말았다고 일침을 가한다.
지허스님은 제대로 만들어 진 우리차는 은은한 숭늉 빛깔을 띠며 구수한 맛이 난다고 한다. 흔히 녹차는 약간 씁쓸한 잎사귀 맛이 나며 빛깔도 녹색을 띠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주 잘못된 상식이다. 또 숭늉빛을 띠는 현미녹차는 우리 자생 차의 빛깔을 내기 위한 편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즈음은 차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농약이나 제초제를 써서 개발된 품종도 많다고 한다.
그러므로 차를 잘못 선택하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마시는 그 차가 오히려 우리들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을 만든 총감독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감독은 '서편제'로 널리 알려진 영화감독 임권택씨. 또 그림은 영화 '취화선'에 장승업 대역으로 출연한 김선두 중앙대 한국화과 교수가 그렸고, 표지 디자인은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안상수 교수의 작품.
"차 다(茶)냐? 다 차(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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